“2~3만원하는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사먹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요. 그 돈이면 5일 점심값인데 말이죠. 요즘에는 친구들과 약속도 잘 안 잡고 친구들 눈치를 보거나 피하게 돼요. 그런 날이면 나는 왜 이렇게 궁상맞게 살까하는 생각에 너무 우울해져요.”

  날씨가 따뜻해졌다. 활동하기도 좋은 시기이다. 중간고사가 끝난 대학생들에게는 학기중에 조금의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여유시간을 즐기며 대학의 낭만을 즐기기에 좋은 시간이다. 그러나 여유도 돈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 학생들이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때 경제적인 부담감이 상당히 크다고 호소한다. 다만 이를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을 뿐이다. 왜냐하면,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나를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친구 관계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이유를 조금 깊이있게 들여다보면, 친구들에 비해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수치심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에서 수치심은 자신의 부적절함과 열등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정서이다. 수치심이 높으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고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고 관계를 철회하는 등의 행동경향성이 높아진다.

  특히, H. B. Lewis(1971)는 수치심 경험을 크게 자기의 측면과 다른 사람의 측면으로 구분했다. 내적 수치심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관점에서 자기 스스로를 가치 절하하거나 혹은 매력적이지 않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 것인 반면, 외적 수치심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깔보거나, 열등하거나, 부적합하거나, 약하다고 본다는 믿음이다.

  여기서 관심있게 보아야하는 것은 실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열등하거나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보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믿음’이다. 수치심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실’보다는 자신의 ‘믿음’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궁상맞게 사는 내가 싫어’, ‘잘하는 것 하나 없는 내가 부끄러워’, ‘저 친구는 나를 무시해’, ‘교수님은 나를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생각하실 거야’ 등 실제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사실’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겠지라는 나의 ‘믿음’이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

  잘 생각해보면, 실제 자신이 그렇게 못난 존재가 아닐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능력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수치스러운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친구들이 비싼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그 돈이 없는 나를 비난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자. 대신, 학생으로 그 비용은 너무 비싸지 않냐, 맛있지만 좀 저렴한 곳으로 가자라고 당당하게 말해보자. 그것이 억지로 비싼 음식을 불편하게 내 돈 주고 먹는 것보다 더 멋진 모습이 않을지 생각해보자.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탓하지 말고 가진 것을 즐길 줄 아는 멋진 나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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