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과 종교 문화」 김대식 저
「함석헌과 종교 문화」 김대식 저

  △삼국시대의 불교 수용 △조선 후기의 기독교 △천주교와 동학의 전파 등 종교적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교는 이 땅에 신문명과 신사상을 가져다주는 새로움의 상징이었다. 이는 속세의 사람들에게 무궁한 신세계를 제시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데, 현대의 종교는 종교의 본래적 기능을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다.

  종교가 새로움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을 때, 종교는 필연적으로 저항적이다. 이는 조선 후기의 ‘동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동학은 ‘인간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하늘의 마음이 곧 민중의 마음’이라는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이다. 지배층의 착취로 농촌 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자본주의 열강의 침략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던 19세기 후반의 사회 상황에 대한 저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종교가 새로움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을 때 필연적으로 저항적이라는 성격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는 앞서 언급한 종교의 새로움과 저항적인 성격이 함석헌이 걸어온 삶과 유사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대와 군사 독재 시대를 겪으며, 권력의 억압에 대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저항해왔다. 무력 대응을 하지 않는 그의 저항은 정신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저항이라는 점에서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종교에는 사람들을 계도하고 계몽하게 만드는 시대적 사상이 필요하다. 이는 올바른 시대적 사상이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만들기 때문인데, 이러한 점에서 함석헌의 생각은 현대 종교에 새로운 시대적 사상을 제시한다.

  함석헌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종교가 새로움의 성격을 가지는 방법이다. 이는 종교 안에서 신의 아들을 낳음으로써 이뤄낼 수 있다. 종교는 다름의 현존이며, 종교는 다름을 사는 것이다. 온갖 인간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이 비로소 종교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종교와는 다소 거리감 있게 살아온 나에게 현대 종교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좁은 시야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세상에서 도태된 사고에서 벗어나 견해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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