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중반을 넘어가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중간 피드백을 듣는다. 그리고 그 의견을 후반부 수업과 다음 학기 수업에 반영한다. 지난주에 중간 피드백 시간을 가졌다. 이제까지 수업에서 좋았던 점, 아쉬운 점, 보충하고 싶은 점에 대한 의견을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는 늘 의외이다. 학생들이 학습내용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낼 것 같지만, 흥미롭게도 대부분 피드백은 같이 수강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다. 처음에는 조별활동이 싫다고 했던 학생들도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즐기게 되고 조별활동 시간이 짧아 아쉽다고 한다. 특히, 다른 친구들과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과제와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혼밥, 혼술,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 문화를 친근하게 여기는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왜일까?

  예전에 학생들의 대학생활 만족도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연구결과,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은 학생은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었다. 교수님과 친하다고 느끼거나, 동기, 선후배들과 친하다고 느낄수록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수준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이 소속된 학교와 조직에 잘 적응했다고 느낄 때는 내 능력이 뛰어남을 확인하는 순간보다 내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할 때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Eric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Erickson은 대학생 시기를 다른 사람과 친밀하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심화하는 능력을 향상키는 시기임을 강조했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부담으로 몹시 제한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다보니, 대학에서 다양하고 넓은 인간관계가 두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누구나 쉽지 않다. 이는 인간관계가 넓고 좁음에 상관없이 누구나 인간관계가 조심스럽고 어렵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기 위해 역량이 필요한데, 그것은 ‘용기’이다. 어색한 상황에서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고 관심을 보이고 반응할 수 있는 것이 용기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일 것이다. 누군가가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 말도 걸어보고, 관심을 보이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지 제안해본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다. 학교에서 개최하는 행사, 특강, 모임에 참석하다보면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고,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내가 용기를 내볼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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