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부는 총장 직선제의 바람
대학가에 부는 총장 직선제의 바람
  • 박현철 기자
  • 승인 2019.05.20 01:19
  • 호수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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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화) 숙명여대에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숙명여대 총학생회(이하 총학)를 비롯한 학생 참가자들은 학생 직접투표 반영 비율 25% 이상의 총장 직선제 도입을 촉구했다. 

  숙명여대는 현재 숙명여대 재직 교수 과반수가 출석한 교수회의에서 총장 후보 예정자 5명을 선출하고, 이후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해 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총학은 “현 규정은 총장 선출의 모든 과정에서 후보 검증이 이뤄지지 못하고, 교수와 이사회 이외 어떤 구성원의 참여도 보장되지 않는다”며 “총장 선출제도 개선을 위해 소집된 TF팀에 학생을 단 1인만 포함하겠다는 이사회 결정은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없는 의사”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 결의를 다지는 전체학생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세대 총학은 지난달 22일(월) 연세대 법인이사회가 내놓은 19대 총장 선임 절차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법인이사회가 놓은 안에 따르면, 총장 선출은 후보자 등록 이후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후보 4인을 이사회에 추천하고, 교수평가단의 후보자 평가 결과를 토대로 이사회가 총장을 최종 선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 중 2명만이 총추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해당 대표자 2명은 총장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총학은 “총장 선출 과정은 높은 수준의 절차적 정당성과 대학 구성원의 검증 과정을 담보해야 한다”며 “이사회가 제시한 안의 절차와 내용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대학가 곳곳에서 대학의 비민주적인 총장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가 대학가 전반에 확대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5일(수)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학교의 총장 선출 대응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지난 15일(수)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학교의 총장 선출 대응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대학마다 각기 다른 총장 선출
  직선제, 간선제, 임명제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대학마다 세부적인 차이가 있지만, 크게 △직선제 △간선제 △임명제로 나뉜다. 먼저 직선제는 교수나 교직원 등의 학내 구성원이 직접 선거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다음으로 간선제는 추첨을 통해 학내·외 인사 중 총장으로 추천하는 중간 선거자를 선정하고, 이들 간의 투표를 통해 1순위 후보자를 선출한 뒤 교육부나 법인이 이를 승인하는 제도이다. 임명제는 사립대학의 경우 법인이, 국‧공립대학의 경우 교육부가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보통 임명제나 간선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131개 사립대학 중 74%는 임명제, 21.4%는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은 4.6%에 불과했다. 본교도 간선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본교는 △교수 대표: 9명 △재단 대표: 2명 △직원 대표: 3명 △동문 대표: 4명 △학생 대표: 2명 총 20명으로 총추위를 구성한다. 총추위에서 최종적으로 추려진 총장 후보자는 본교 이사회의 승인과 임명을 통해 총장으로 선임된다.

  국·공립대에서는 사립대학과 반대로 총장 직선제가 다시 도입되는 추세다. 실제 전국 국·공립대 총장협의회에 가입한 4년제 대학 41곳 중 58.5%는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거나 선출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대 △충북대 △광주교대 △전주교대 등 16곳이 이미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했고, △경북대 △서울교대 △충남대 등 8곳은 직선제 총장 선출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국·공립대의 총장은 정부에 의해 임명됐다. 하지만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주의 가치가 확산되며 빠르게 총장 직선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목포대가 1987년에 첫 직선제를 실시했다. 이후 1991년 교육공무원법의 개정으로 국·공립대 총장을 직접선거로 뽑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2012년에 들어서면서 다시 직선제가 사라지는 추세가 형성됐다. 이는 당시 정부가 ‘국립대 2단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대학이 총장 선출에서 간선제를 채택할 경우 재정 지원과 교수 정원 배정에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할 시 파벌 형성과 선거 과열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따라 당시 부산대를 제외한 모든 국·공립대가 직선제를 폐지했고 간선제를 채택했다. 
 

  총장 직선제 도입한 대학들, 대학 내 민주주의 실현되나

  대학가에서 학생 투표권을 보장하는 총장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이후부터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하고, 이에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자 이화여대 학생들은 학사비리에 맞서는 시위를 진행했다. 결국 최 전 총장이 퇴진했고, 이후 이화여대 학생들은 총장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결국 2017년 5월 처음으로 학내의 모든 주체가 선거에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가 실시됐다. 당시 학생들은 학내 모든 구성원과 동일한 투표 비율 반영을 주장했지만 결국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동창: 2% △학생: 8.5% △직원: 12% △교수: 77.5%로 결정됐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에 따르면 사립대에서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도입한 것은 이화여대가 최초다. 이어 성신여대는 지난해 5월 말 처음으로 학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시행했다. 성신여대의 경우 최근까지 임명제로 총장을 선출했으나, 성신여대 심화진 전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며 총장 직선제에 대한 학내 요구가 거세졌다. 성신여대 역시 이화여대와 마찬가지로 학내 구성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 △동문: 5% △학생: 9% △직원: 10% △교수: 76%로 차등 배정됐다. 성신여대 총학은 “학생들을 위한 복지시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으며, 학생회에 징계와 불통으로만 일관하던 학교본부가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순천대가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순천대도 6월 민주항쟁 이후 총장 직선제를 채택했었지만 지난 2015년 6월 교수 대표 등 48명이 참여하는 간선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후 다시 직선제로 전환한 순천대는 지난 2월 학내 모든 구성원의 직접 투표로 총장을 선출한 뒤 교육부와 청와대의 임명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총장 선출 제도가 민주적으로 변화하며 이러한 경향이 단과대학 단위까지 확산되는 경우도 있다. 군산대는 2017년 8월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꾼 뒤 단과대 학장도 모든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직선 투표나 선호도 조사를 통해 1순위자를 임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장 직선제 폐해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총장직을 두고 교수 간 경쟁이 과열돼 파벌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직선제로 전환해 총장 선거를 치른 전북대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에 특정 후보자를 향한  비방이 이어져 고소‧고발 절차까지 진행된 바 있다. 또한 총장 직선제 채택 시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에게 절대적인 비율을 부여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학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총장 선출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경희대는 관련 규정 논의 과정에서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축소될 조짐이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앞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이룬 성신여대나 이화여대에서도 학생들의 투표 반영 비율은 10%를 넘지 못하는 한편 교수들의 투표 반영 비율은 70%가 넘는다. 이에 한국교원교육학회 박남기 회장은 “교수와 마찬가지로 대학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 등의 비율을 높이는 등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장 직선제 쟁취를 위한 움직임

  총장 직선제의 도입은 주로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사립대의 경우 아직 직선제 도입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는 직선제의 근거가 법으로 존재하는 국·공립대와 달리, 사립대의 경우 현행법상 법인에게 총장 임명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53조에서 학교의 장은 당해 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대학노조 김병국 정책실장은 “법인에서 원하는 사람을 찾아 임명할 경우 비민주적 학교 운영이나 비리의 동조자 혹은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민주적 총장 선출은 사학의 비리나 구태들을 바꿔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총장 직선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학생이 직접 총장을 뽑기 위한 연대가 출범하기도 했다.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이 참여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시민단체 24곳으로 구성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는 “대학 운영의 주체가 교수뿐이라는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요구했다. 이어 “학생은 대학에서 삶을 영위하는 매우 중요한 구성원”이라면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가 실현되면 총장 중심, 교수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평평해지고, 학생이 대학 운영의 당당한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사이에서도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에서 지난해 6월 사립대 교수 8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의 가치정립과 사립대학 총장 선출 방식 개선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립대 교수 중 74.4%가 어떠한 형태로든 직선제를 선호했으며 35.6%는 구성원 직선제를 선호했다. 

  이처럼 대학가 총장 직선제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교육부는 오는 7월 발표 예정인 고등교육 혁신방안에 사립대 총장 선출 방식과 대학평가 연계방안 포함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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