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오는 2학기부터 ‘교원 업무용 휴대전화 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한다. 이는 퇴근 후 걸려오는 전화로 인한 교사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전국 교원 1,8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시간 외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 침해 교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5.8%가 학생·학부모에게 전화나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64.2%는 근무 시간 여부와 상관없이 수시로 전화나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1.4%는 평일 퇴근 후에, 3.2%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주로 전화나 메시지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79.6%가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근무시간 외 전화나 메시지로 인해 일부 교사들은 사비를 들여 2개 휴대전화나 2개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투폰‧투넘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근무시간 외 연락을 줄이기 위해 ‘클래스팅’과 같은 학급별 자료와 공지사항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도 했다.

  오는 2학기부터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교원 업무용 휴대전화 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할 예정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교 중 시범 운영 학교를 선정해 3천 명의 담임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와 통신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지원받은 업무용 휴대전화는 교원들이 학부모와 연락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퇴근할 때 학교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선생님들이 근무시간 이후만큼은 온전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원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원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독교사 단체 연합운동 ‘좋은교사 운동’의 김영식 공동대표는 “업무 시간에는 학교 전화를 이용하면 되는데 업무용 휴대 전화가 얼마나 쓰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근무시간 외 연락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있다.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후 연락을 취할 경우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가 근무시간 외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침해와 관련된 매뉴얼을 지난 3월에 발표했지만, 휴대전화 관련 내용은 권고 사항을 담은 한 페이지 만화로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와의 소통은 원활하게 하면서 교권이 침해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된 분명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담임교사와 직접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학교 측에 책임 소재를 묻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서울특별시교육청 강연흥 중등교육과장은 “비상 상황에서의 연락은 학교 당직실과 교장·교감 등이 시급성을 판단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상남도교육청과 충청남도교육청도 오는 2학기부터 교원들에게 근무시간 외에는 수신을 차단할 수 있는 업무용 전화번호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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