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시이자 생태도시인 프라이부르크 도심을 흐르는 인공 수로 베힐레
대학도시이자 생태도시인 프라이부르크 도심을 흐르는 인공 수로 베힐레

  미세먼지가 우리 생활을 괴롭히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 대화마저 단절될 것 같은 기분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캠퍼스를 활보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하루 종일 마스크가 감싸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는 ‘고기능 마스크’를 광고하고 있고, 휴대용 공기청정기도 잘 팔린다고 하니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했던 ‘공기도 사서 마실’ 시대가 현실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청정한 공기가 그립다. 청정한 공기로 휩싸인 독일의 도시로 떠나고 싶어진다.

  독일 남서부 지역의 울창한 삼림지대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에서는 신선한 공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온다. 독일어로 ‘Schwarz’는 ‘검은’이라는 뜻이고, ‘Wald’는 ‘숲’이라는 뜻이니 우리말로는 ‘검은 숲’이 된다. 숲은 초록색이어야 하는데 왜 검은 숲이라고 불리는지 독일 친구에게 물어봤다. 침엽수림의 비율이 60퍼센트가 넘고 나무가 촘촘하게 심어져 있어서 한낮에도 검게 보이기 때문이란다. 길이가 160킬로미터, 폭이 5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슈바르츠발트는 바덴뷔르템부르크(Baden-Württemburg)주 사람들에게는 축복이다. 독일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숲이고, 4분의 1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 앞에서 무분별하게 신도시를 개발해가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절망스러웠다. ‘삼림욕의 발상지’라고도 불리는 슈바르츠발트가 생성해내는 ‘피톤치드’를 한없이 흡입했다.

  바덴바덴에서 사흘 동안이나 온천을 즐기고 정식 명칭은 프라이부르크 임 브라이스가우(Freiburg imBreisgau)인 도시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했다. 브라이스가우는 독일 남서부에 위치해 있는데, 독일의 다른 지역에도 같은 이름의 도시가 있기 때문에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는 정식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슈바르츠발트의 남쪽 관문이며 대학도시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는 1457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알브레히트 6세가 설립한 대학으로 유명하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500년간이나 받은 이 도시를 독일인들은 ‘합스부르크가의 문화를 전하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사 시간에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지만 왕가의 발원지가 프라이부르크에서 가까운 알사스로렌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놀라움에 빠졌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배워왔던 것인지.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최고의 생태도시이기도 하다. 생태도시는 녹지가 70퍼센트 이상이어야 하며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하여 무공해를 실천하는 도시를 말한다. 도심을 장식하는 베힐레(Bächle)는 도심의 열을 낮추고 수분을 공급하는 인공 수로인데, 프라이부르크의 경관을 책임지는 랜드마크가 된지 오래다. 사람과 함께 나온 애완동물이 베힐레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며 노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고대사 박물관, 아델하우저 박물관, 아우구스티너 박물관 등 특색 있는 박물관을 순례하며 이 도시 안에 있는 대학의 위상을 생각했다. 그리고 슈바르츠발트에서 불어오는 청정한 공기가 휩싸인 캠퍼스에서 진정한 경쟁력의 의미를 되새겼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고층 빌딩의 가치를 합쳐도 슈바르츠발트를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미세먼지로 목이 아프고 눈이 가려운 초여름 날 이름 자체가 ‘자유로운 도시’를 의미하는 프라이부르크를 글로 적는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