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은 지난 70여 년간 서로를 적대시해왔다. 북한은 남한을 ‘괴로도당’이라고 불러왔고, 남한은 북한을 ‘북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반국가단체’라고 평가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보안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반국가단체로 해석되고 있지만, 현행법에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명문화한 규정은 없다. 

  남북 냉전이 격화된 초창기인 1948년 남한 헌법에서는 북한지역을 포함하는 영토조항을 두었고, 1948년 북한 헌법에서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수도는 서울에 둔다.”라는 수도 조항을 두어 서로 미수복지역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가장 순수해야 할 운동 경기에서조차도 종목을 불문하고 남북 대결에서 패한다는 것을 치욕으로 받아들여 승리가 어렵다면 불참해 대결을 피하는 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66년 개최된 제8회 런던 월드컵 예선에서 남한은 아시아 최강이었던 북한과의 경기에서 패배할 경우에 닥칠 후폭풍이 두려워 월드컵 예선 참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본선에 진출한 북한이 강력한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한 낭보를 남한의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적대적이던 남북관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어 왔다. 1972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시도로서 통일원칙인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선언한 ‘7.4 남북공동성명’이 있었고, 1990년 8월 1일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1991년 9월 18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남한과 북한의 동시가입이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그리하여 1991년 12월 13일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하여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발표하고 ‘남북의 화해, 불가침, 교류와 협력’을 약속하였다. 더 나아가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였고,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대법원은 북한이 여전히 남한에게 위협적인 적대세력이라는 상황논리에 따라 북한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남북관계가 변화한 현실을 일부 반영해 북한을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다고 보는 부분이 추가된 정도이다. 북한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동반자인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반국가단체 등을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도 계속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이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등). 

  헌법재판소도 “현 단계에 있어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점에 비추어, 헌법 제4조가 천명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한편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서, 전자를 위하여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의 시행으로써 이에 대처하고 후자를 위하여는 국가보안법의 시행으로써 이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판시(헌법재판소 1993. 7. 29. 92헌바48 등)해 북한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통일은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추진하여야 이루어질 수 있다. 2018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개최하였는데 상대방을 통일을 위한 동반자로 여기고, 적으로 보던 인식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평화적으로 추진해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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