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언론사 주최 컨퍼런스에서 한 참석자가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 소득을 올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이 참석자가 말하고 싶었던 본 뜻은 어느 정도 짐작됩니다. 그는 땀 한 푼 안 흘리며 편안하게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에서 볼 때, 두 가지 이야깃거리를 줍니다. 첫째, 그는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5억 원의 돈을 아파트 매입에 사용했다고 할 때, 그는 두 가지의 사항을 검토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고려 사항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위험이죠. 실제로 한국의 아파트 가격은 1997년 그리고 2009년 같은 경기 불황의 시기에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고려 사항은 바로 다른 투자를 통해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은행 이자는 2%를 조금 밑도는 수준인데, 5억 원의 돈을 은행에 예금했다면 이자만 1천만 원 가까이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은행 이자로 벌어들일 수익을 포기하고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니, ‘불로 소득’이라는 표현이 적합할까요?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 보겠습니다. 5억원의 돈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기회비용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세금도 많이 냅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흥미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경제 개발 협력 기구(OECD)에 속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에 비해 다소 낮지만(우리나라 0.8% < 1.1% OECD 평균), 거래세 비중은 OECD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아(우리나라 1.6% > 0.4% OECD 평균) 결국 부동산 관련 세금은 GDP의 2.4%에 이른다고 합니다. 참고로 OECD 국가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죠. 문제는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세금 비중이 26.9%로 OECD 국가의 평균(34.2%)을 크게 밑도는 데 있습니다. 즉 한국 사람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내는 편인데, 유독 부동산에 관련해서만 더 높은 세금을 내고 있는 셈입니다.

  도덕적으로 어떤 이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다만, 그 비난이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뤄질 때 더 생산적인 토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참고문헌: 국회예산정책처(2018.11), 『부동산 세제 현황 및 최근 논의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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