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감독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감독

  우리의 머릿속 감정의 컨트롤 타워가 있다면? 픽사의 1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감정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을 다섯 가지 감정들을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라는 캐릭터로 형상화하며 감정과 기억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선보인다. 피트 닥터 감독은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1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주인공 ‘라일라’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소녀이다. 부모님의 사랑 아래 굴곡 없이 자라온 탓에 라일라의 컨트롤 타워 속 캡틴은 기쁨이다. 그러나 라일라가 11년 동안 살아왔던 미네소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오게 되며 그녀는 생애 처음 낯선 감정들을 경험한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환경을 마주하며 겪는 라일라의 혼란은 컨트롤 타워 역시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라일라의 성장통은 어른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귀여운 투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실’의 시기를 거치기에 라일라의 성장통에 몰입하게 된다. 즉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단순히 아이디어에만 치중한 작품이 아니라 상실과 성장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슬픔과 분노를 마주하며 또 다른 기쁨을 완성해 나가는 삶의 과정은 성장이라는 서사의 측면에서는 해피엔딩이지만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상실감을 안겨 준다. 영화에서는 이를 라일라의 꿈의 결정체인 ‘빙봉’이라는 캐릭터로 형상화 한다. 혼돈의 컨트롤 타워가 다시금 힘을 합쳐 라일라를 안정화시키는 과정에서 ‘빙봉’이라는 캐릭터는 소멸되고 만다. 성장을 위한 등가교환의 법칙처럼 시간이 지나며 공존할 수 없는 빙봉이라는 꿈은 다시는 만날 수 없기에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성장은 계속된다. 진정한 성장을 이끄는 것은 하나의 감정으로 불가능하다. 오롯이 스스로의 감정을 받아들일 때 적응은 시작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유년기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마치 선물과도 같기에 영화를 빛나게 만드는 지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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