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이제 VR/A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무한한 범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혹자는 VR/AR이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이자 기술이지 게임의 분야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VR/AR이 대부분 게임엔진이라는 기반 아래에서 구성된다는 점에서, 또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작, 체험된다는 차원에서 게임의 한 분야라고 주장한다. VR/AR이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특이점은 피터 루빈(Peter Rubin)이 ‘미래는 와 있다’에서 밝힌 ‘체화된 현존감(Embodies Presence)’일 것이다. 체화된 현존감은 시각뿐 아니라 몸의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가상현실과 실재가 구분되지 않는 체험을 의미하는데, 최근 다양한 산업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게임이 갖는 본연의 몰입감이라는 가치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VR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 적용시키는 분야 중 하나는 의료라 할 수 있다. 특히 환자의 공포 치료, 통증 치료, 스트레스 및 정신질환 치료 등 인간의 심리상태를 안정화시킴으로써 얻는 효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입증 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4분의 3 이상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발생하며, 절반 이상은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설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1960년대 이후로 요가와 명상이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데, 90년에 이르러 외부의 특정 사물이나 자신 신체의 ‘내부감각(Interoception)’에 지각을 집중하는 소위 ‘마음 챙김(Mindfullness)’이라는 명상법이 소개되고 2010년대는 이런 명상 관련 산업이 가내 수공업의 규모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명상에 VR기술을 접목시켜 인간이 자신의 신체감각을 자각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체화된 현존감을 더 생생하고 충만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번에는 AR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9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형 CLA모델에 탑재된 12.3인치 화면을 통해 ‘마리오카트’를 토대로 만든 ‘수퍼턱스카트(SuperTuxKart)’를 소개했다. 이는 BMUX라 불리는 사용자 경험을 토대로 개발 중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써, 운전자가 실제 자동차 를 주행하면 게임 안 캐릭터가 그 속도와 방향을 실재와 똑같이 재현하여 주행하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운전자가 가상현실의 레이싱게임을 실행하면 실제 자동차의 실내조명이 이에 반응하여 카운트다운을 알려줄 뿐 아니라, 게임 속 다른 차나 물체와 부딪힐 때마다 운전자의 안전벨트가 조여지며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속도를 높이면 송풍기에서는 바람이 불어 마치 4D체험을 자동차에서 느끼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과연 운전자의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자율주행인 상황을 가정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보자. 바로 AR HUD(HeadUp Display)다. 지금까지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자 시점에서 좁은 공간에 한정되어 있지만 앞으로 OLED 필름이 창문 유리에 장착되는 순간 증강현실은 자동차의 모든 창문에서 가능해진다. 여러분은 어릴 때 차 밖의 모든 자동차를 상대로 가상의 총을 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나는 지금도 가끔 운전하면서 특정 자동차와의 나름의 경주를 벌이곤 한다. 만약 이런 상상이 자동차의 증강 현실 게임으로 실현된다면 아마 나는 자율주행을 포기하고 스스로 운전을 선호할지 모른다.

  앞으로 게임은 단순한 놀이의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스스로의 영역을 확장하게 될 것 이다. 또한 게임은 21세기의 예술을 표현하는 또 다른 예술형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문제는 이를 적용하고 개발 하는 창작자 및 종사자와 이를 받아들이는 사용자의 비전과 역량,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에 달려있다. 우리는 과연 새로운 게임의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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