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플랫폼(platform)’이라 부른다. 플랫폼이라는 개념의 확장으로, 우리가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도 플랫폼이라 칭한다. 이는 포털 사이트가 정보의 생산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 중 ‘네이버’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이트다. DMC리포트에서 시행한 ‘2018 포털 사이트 이용 행태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포털 사이트 이용률 중 네이버가 72.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렇듯 가장 대중적인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제공하는 웹툰 ‘복학왕’이 최근 청각장애인 캐릭터의 발음을 어눌하게 묘사해 논란이 일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문제를 지적하고, 작가의 사과와 더불어 비슷한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플랫폼 차원의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후, 작가는 공식 사과문을 올린 뒤 관련 묘사를 수정했지만 네이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네이버 웹툰 내 소수자와 약자 묘사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복학왕’은 청각장애인 캐릭터 묘사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를 희화화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웹툰 ‘틴맘’은 미혼모인 주인공을 성적 대상화해 문제가 됐다.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로 네이버 내 심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네이버는 더이상 소수자 차별에 대한 문제를 작가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할 순 없을 듯하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의 ‘2016 연령별 만화 콘텐츠 이용률’ 조사에 의하면, △10~14세: 26.3% △15~19세: 22.2% △20~14세: 17.3% △ 25~29세: 13.7%로 1020세대가 약 80%의 비율을 차지해 웹툰 소비의 주 연령층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청소년의회에서는 청소년들은 선별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근거 없는 정보들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웹툰의 주 소비층이 1020세대 인 만큼 웹툰에서 제공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다. 포털 사이트의 잘못된 묘사가 초래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이 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뉴스 미디어의 게이트 키핑의 역할이 중요한 것처럼, 네이버도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의제를 걸러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자체적인 심의가 웹툰 작가의 창의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력한 심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창의성 제한의 근거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의 생산을 정당화 시킬 순 없다. 웹툰의 영향력을 가볍게 생각하는 생산자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이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의 무게 역시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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