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강수진의 에세이집 제목이다. 대중이 알고 있는 것처럼, 강수진은 전세계적인 발레리나이자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발레단의 예술 감독이다. 그녀는 발레리나로서는 늦은 1967년 중학교 2학년에 발레를 시작해,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당시 최연소의 나이로 입단했다. 현역 발레리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나이  50세가 되는 해인 2016년, 그녀가 가장 사랑한 작품인 <오네긴>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우리들에게 그녀는 울퉁불퉁한 발사진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발레이기 때문에 조급함이 생길 법도 한데, 그녀는 느려도 한 단계씩 기량을 높이기 위해 집과 연습실에서만 생활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았다. 자신이 쌓는 것에 요행을 바라지 않았고 작은 것 하나도 피땀으로 익히고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단단하게 실력을 쌓았다. 그래야 자신의 실력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 믿음의 중심에는 늦었다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지만, 포기만 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생각이 그녀를 붙잡아주었기 때문이다. 시작이 늦었다고, 발전이 더디다고 포기해버렸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는 그녀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그 일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다음 학기에 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번 학기에 결심했던 것들을 대충하거나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각은 조금 느리게 가는 것일 뿐 실패가 아니라는 강수진의 말처럼, ‘나는 이미 늦었어’라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여지없이 실패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내 속도에 맞춰 조금씩 걸어가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내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고 내 속도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부딪히면서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이번 학기 원하던 것들이 잘 안됐다고 속상해하지만 말고, 남은 시간 동안 조금씩 내 속도를 찾아보고 조절해보자. 남들보다 조금 늦으면 어떻고, 조금 빠르면 어떠한가. 그것이 나인 것을. 어디로도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 내 속도로 가는 것이 훨씬 용기있고 멋진 모습이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도 노느라, 공부하느라, 고민하느라, 살아가느라 고생했을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응원해주고 남은 기간 조금만 더 힘내자고 토닥여주자. 마지막으로 강수진씨가 자신에게 했던 글귀를 공유하고자 한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나 자신을 잘 알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자.
나에게 좀더 정직해지자.
남들 눈에 보이는 나보다, 
내 눈에 보이는 나를 더 신경쓰자.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 나를 갈고 닦자.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그것을 보완할 
나만의 방법을 찾자.
나만의 스타일은 내 안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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