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약자 혐오, 성적 대상화, 학교폭력 미화까지

 

  지난  2005년 인터넷 포털 ‘네이버(Naver)’가 웹툰 플랫폼을 출범한 이후 네이버 웹툰은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 만화 산업 백서’에 따르면, 국내 웹툰 이용자 중 네이버 웹툰을 주 이용 서비스로 뽑은 응답자는 전체의 76.9%였다. 또한 네이버가 2017년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공개한 웹툰 포함 콘텐츠 서비스 부분 매출은 267억 원(2017년 3분기 기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 웹툰에 유통되는 작품인 ‘복학왕’과 ‘틴맘’이 내용과 표현의 측면에서 논란이 되며 네이버 웹툰에서 자체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청각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비하한 ‘복학왕’
  기안84 작가는 지난달 7일(화)에 게재된 ‘복학왕’ 248화 ‘세미나 1’편에서 청각장애인을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가 된 장면은 청각장애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휴게소에서 닭꼬치를 사 먹으며 “닥꼬티 하나 얼마에오?”라고 묻고, ‘비싸네… 하나만 머거야디’, ‘마이 뿌뎌야디’라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해당 회차가 공개된 후 지난달 10일(금) 장애인 인권운동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 청각장애인을 차별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장연은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희화화했다”며 “이는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의한 법률’에 해당하는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기안84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기안84는 “작품을 재밌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다”며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논란이 된 회차 하단에 기재하고 이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했다.

그러나 ‘복학왕’은 청각장애인 비하 논란으로 사과를 한 지 5일 만에 바로 다음 회차에서 다시 외국인 노동자 비하의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복학왕’ 249화 ‘세미나2’편에서는 식품 생산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세미나 장소에 도착해 벽과 바닥에 얼룩이 있고 파리가 휘날리는 숙소에 배정받는다. 여기서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숙소를 보고 모두 실망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 회사 최고다”, “죽을 때까지 다닐 거다”라고 말하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인다. 뒤이어 등장한 중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인형 뽑기 기계를 부순 뒤 피 흘리는 손으로 인형을 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그린 장면도 등장했다. 이를 본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생산직 무시도 문제지만 인종차별이 너무 노골적이다”라며 “더러운 숙소를 보고 좋아하는 장면 등은 동남아 사람들이 보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 댓글은 3만 건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 

  성적 대상화에 얼룩진 미혼모의 고충 ‘틴맘’
  네이버 웹툰에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태국 출신 만화가 theterm의 ‘틴맘’이다. 이 작품은 지난달 3일(금) 1화가 공개된 후,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겪게 될 사회·경제적 차별과 고민을 지나치게 가볍고 비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네티즌들은 연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틴맘’ 1회에서 19살 주인공은 청소년의 임신에 대해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다”라며 “임신은 내 일이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또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을 것을 우려해 남자친구에게는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네티즌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자 현재는 표현이 수정된 상태다.

  또한 임신한 청소년 주인공의 몸을 성애화해 그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화에서는 주인공이 샤워 후 주요 신체부위만 수건으로 가리고 침대에 눕는 장면이 묘사됐다. 이에 대해 조경숙 만화평론가는 “이전에도 여성 청소년의 신체부위를 강조하며 성적 대상화 논란이 된 작품이 많았다”며 “틴맘 역시 불필요한 선정적인 구도와 노출로 캐릭터를 그린 것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조 평론가는 “틴맘이 반드시 그렇게 그려야 할 작화·연출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네이버는 1화 ‘작가의 말’에 “보내주신 다양한 의견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고민해 표현 등에 거듭 유의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학교폭력 미화부터 여성성 왜곡까지, 네이버 웹툰이 바라보는 폭력
  네이버 웹툰의 다른 작품에서도 학교폭력을 미화하거나 여성을 대상화하는 등의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 현재 연재 중인 △연애혁명 △연놈 △외모지상주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232 작가의 ‘연애혁명’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노래방에서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모습이나 깨진 소주병으로 싸우던 주인공이 피를 흘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상하 작가의 ‘연놈’에서도 중학생들이 노래방에서 패싸움을 벌이고, 마이크로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이 나온다. 박태준 작가의 ‘외모지상주의’에서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남학생이 여학생을 골목으로 끌고 가 강제로 키스하려 하거나 여학생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협박하는 장면이 묘사되기도 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지난해 말 실시한 웹툰 모니터링 결과 중, 웹툰의 내용 분석 결과를 보면 성차별적 내용이 45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성평등적 내용이 9건이었던 것에 비해 5배 가량 높은 수치다. 성차별적 내용은 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외모지상주의 조장, 상대방에 대한 폭력 행사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모니터링은 지난해 10월 17일(수)부터 10월 23일(화)까지 온라인 플랫폼에 연재되는 웹툰 작품 중 조회 수가 높은 36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양평원은 “웹툰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즐기는 구독물로 비판적 사고 결여 시 작가의 편향된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일 우려가 크다”며 “작가 창작권 및 독자 선택권을 존중하되 혐오 표현과 성차별적 내용 등이 무분별하게 생산·노출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웹툰에 대한 규제나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은 웹툰업계 자체의 몫이다. 웹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심의를 받는 △TV △라디오 △영화 등과 달리 웹툰자율규제위원회의 자율규제를 받는다. 방심위는 민원이 들어온 사안에 대해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한다. 심의 결과에 따라 서비스 종료, 청소년 접근 제한 조치, 성인인증 권고, 연령 등급 조정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2015년 594건이던 웹툰 선정성·폭력성 민원 건수가 2016년 2,893건으로 5배 가량 늘었음에도 조치가 이뤄진 건은 39건에 불과하다. 

  왜 네이버는 ‘혐오 콘텐츠’를 방치하는가
  이처럼 최근 네이버 웹툰 플랫폼의 작품들에 잇따라 문제가 제기되며 네이버가 플랫폼으로서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한 TV 칼럼니스트는 “웹툰은 강력한 지위를 가진 창구로 기능한다”며 “단순히 작가에게 콘텐츠를 게시할 공간만 중개해주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사회적으로 유해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게이트 키핑 할 권리도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칼럼니스트는 “포털은 더 많은 독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의무도 있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부당한 조롱을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건강성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지닌다”며 “그 부분에서 네이버가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이트 키핑은 일반적으로 뉴스 미디어 조직 내에서 기자나 편집과 같은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유통의 관문에서 콘텐츠를 걸러내는 일을 말한다.

  네이버 웹툰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작가들과 적절한 선에서 표현 방식에 대해 신중하고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기에 게이트 키핑까지 하며 작가에게 일정한 방식을 강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마다 다른 표현의 방식과 창작의 자유가 있는데, 그걸 네이버가 침해하면 네이버 웹툰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다양성과 재미까지 침해받을 수 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창작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플랫폼 차원에서의 심의와 책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한국영상대학교 박석환 교수는 “플랫폼이 책임 뒤로 물러나 있는 방식은 오히려 창작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회적인 문제의 책임에 대한 부담을 작가에게 전가해 오히려 창작 활동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작가의 작품을 상품화하여 유통하고 돈을 번 것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유통에 따라 발생한 문제는 플랫폼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표현을 한 작가에게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플랫폼이 단순한 매개체 마냥 뒤로 물러나있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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