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인스타그램 명소로 꼽히는 ‘망리단길’에는 정말 ‘인스타그램 감성’을 저격하는 음식점과 카페, 펍들이 숱하게 있다.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감성적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 날 찍은 사진을 ‘#망리단길’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귀가 전, 마지막으로 루프탑 펍에서 야경을 보며 칵테일까지 마시고 나면 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망원동의 주민들은 ‘망리단길 싫어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망원동은 원래 오랫동안 서민의 동네였다. 낡고 오래됐지만 그만큼 많은 토박이 주민들의 애착이 큰 동네이다. 하지만 2년 전 즈음부터 골목 곳곳에 분위기 좋은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낡은 동네 망원동이 핫플레이스 ‘망리단길’로 재조명되었다. 이에 따라 임대료는 대폭 상승했고, 음식점과 카페는 많아졌지만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은 줄어들었다. 망원동 주민들조차 어디인지 모르는 ‘망리단길’로 인해 기존 거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단지 망원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익선동, 성수동, 중림동, 서울을 벗어나 ‘황리단길’로 불리는 경주의 황남동까지. 모두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의 사례가 되는 동네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한창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낙후된 건물과 골목을 갖고 있어 가끔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오래된 달동네이다. 공사 지역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공간이 주는 정취와 왠지 모를 다정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명분의 재개발로 인해 이제 더 이상 그 곳의 옛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재생’이라니, 오랫동안 거주해온 주민들의 추억을 담은 삶의 터전을 ‘죽은’ 도시로 명명할 수 있을까.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 재개발 공사에 맞선 주민 연합회의 현수막 중 가장 눈에 띄는 문구였다. 모든 주민이 이주를 마친 바로 옆 블록에서는 신축 아파트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 사는 따뜻한 ◯◯’이라는 도시 슬로건이 적힌 EGI 휀스를 세운 채. 과연 이 곳에서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도시의 재생이라면, 도시의 환경 정비라면, 기존 거주자들을 위한 개발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는 ‘-리단길’ 열풍은 입주민과 세입자를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자본으로 취급하고, 결국 그들의 거주 공간마저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만다. 그들은 어째서 거주할 ‘보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오늘도 우리가 다녀왔을 그 곳, 그 해시태그 뒤에는 죽음보다 두려운 물러섬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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