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다가올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지난달 14일(수)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현 대학 입학 정원인 약 50만 명이 유지될 경우, 5년 뒤인 2024년에는 입학생이 약 12만 명 부족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정부 주도의 정원 감축과 기능 개편 등 대학의 적정 규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한국교육개발원 산하 대학역량진단센터에서 실시하는 대학 정원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 평가 방식이다.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핵심은 정원 감축을 권고하던 기존의 평가 방식을 탈피해 대학 스스로 충원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지역대학에 대한 배려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의 자율성이 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지역대학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스스로 정원 감축하는 ‘자율’ 강조해

  2021년 진단의 핵심은 대학의 자율적인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과거 2014년 교육부는 1~3주기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1주기: 4만 명 △2주기: 5만 명 △3주기: 7만 명 총 16만 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교육부는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및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학령인구 급감에 대응하고자 했다. 그러나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한 획일적 정원감축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모든 대학의 정원을 감축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며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정원 감축을 권고로 변경했다는 점에서 대학가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여전히 대학의 평가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과 정부 주도 정원 감축 권고가 부당하다는 불만이 빗발쳤다. 정원 감축이 권고 사항으로 변경되기는 했지만, 정원을 감축하지 않을 시 재정 지원을 줄이거나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지원하는 데 불이익을 주는 등 강제적인 요소가 전면 배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교육부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방식을 △정원 자율 감축 △평가 지표 간소화 △권역별 선정 비중 강화 등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대학의 자율성 확대 △대학의 평가 부담 완화 △지역대학 배려 강화 총 세 가지 추진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시행하기 전 대학의 자체적인 정원 감축을 허용하고, 재정지원제한대학과 일반재정지원대학을 별도로 분류해 일반재정지원대학에 한해 대학이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될 경우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고,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매년 점검을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할 시 재정지원제한이 해제되는 구제 기회도 제공된다.

  교육부는 진단 지표 중 신입생 충원율의 비중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충원율은 모집 인원 대비 실제 학생 인원을 뜻한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10점(75점 만점, 13.3%) 배정됐던 이 지표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20점(100점 만점, 20%)으로 확대 배정된다. 교육부는 신입생 충원율 비중의 확대에 따라 대학이 스스로 모집 정원을 감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부터는 ‘유지 충원율’이 도입된다. 유지 충원율은 일정 수준 이상 재학생 충원율을 뜻하며, 이를 충족한 경우에만 재정 지원이 지속된다. 유지 충원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더라도 재정 지원이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유지 충원율의 기준은 20년 전후의 재학생 충원율 상황을 고려해 2021년 4월 중 안내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충원율 지표 두고 대학가 불만 팽배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의 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대학의 요구안을 일정 부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원율은 △학령 인구 △대학 소재지 △대학 규모 등의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충원율 지표가 기본역량 진단 지표로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충원율을 충족해야만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지표 충족을 위한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 비중 확대로 인해 교육부가 내세운 자율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비판했다. 교수노조는 “교육부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실제 효과는 지역대학 정원 감축이 될 것”이라며 “자율성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개별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교수노조는 “평가지표에서 유지 충원율 비중이 높아지면 지역대학이 불리해진다”며 지역대학의 존립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신입생 충원율이 100% 미만인 대학 164곳 가운데 서울 소재 대학은 35곳에 그쳤다. 이에 교수노조는 지난달 16일(금) 성명서를 내고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유도 △공영형 사립대 육성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고등교육 재정 확충 정책을 병행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지표 간소화 통한 평가 부담 완화… 지역대학 배려도 강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계획안에 의하면 진단 단계 통합 및 지표 간소화를 통해 대학의 평가 부담도 완화된다.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교육여건·성과, 재정 건전성 등과 관련된 주요 정량 지표를 활용하여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별도로 지정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1·2단계를 거쳐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진행됐다. 그러나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부터는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별도로 지정하며, 역량강화·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의 필요성이 없어짐에 따라 기존의 1·2단계 진단이 단일 단계로 통합된다.

  기존 진단을 위한 지표 중 변별력이 낮거나 별도의 평가 방안이 있는 지표는 삭제된다. 삭제되는 지표로는 대표적으로 교사 확보율, 장학금 지원 지표가 있다. 또 지표 간 정합성을 고려하여 지표 통합이 시행된다. 이로 인해 교육 수요자 만족도 관리, 지역사회 협력·기여 등의 지표가 ‘발전 계획의 성과’ 항목에 통합될 예정이다.

  또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과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의 ‘대학기관평가인증’과 유사한 지표는 △증빙자료 △지표 △산술식 △서식 등 연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교육부는 계획안을 통해 “연계안을 올해 안으로 확정해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고려해 구분한 5개 권역 내에서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에 선정될 경우 권역 비율이 확대된다. 이는 권역별 선정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권역별 선정 원칙은 전국 대학을 평가 점수에 따라 일렬로 나열하는 대신 5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내에서만 경쟁하는 방식이다. 2주기 기본역량진단에서도 권역과 전국 선정 비율을 5:1로 적용해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했지만, 수도권 대학 선정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이로써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권역과 전국 선정 비율을 9:1로 확대해 적용한다. 이는 90%는 권역별로 선정하고 나머지 10%만 전국 단위에서 선정한다는 의미다.

  2018년 기준 일반대학의 경우 △수도권 △대구·경북·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으로 권역을 구분했다. 전문대학의 경우 △수도권 △강원·충청권 △대구·경북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으로 구분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 내에서만 경쟁할 수 있는 권역 비율을 늘림으로써 지역대학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전망

  교육부는 지난달 20일(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대학 측의 의견 수렴 후 이달 내로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기본 역량 진단 지표 중 충원율의 배점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대학이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으로 2021학년도부터 신입생 입학 정원이 크게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교의 경우 당장 정원 감축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본교 기획평가팀 최형신 과장은 “본교 신입생 충원율은 만점 99.5점 기준 99.7점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학생 충원율의 경우 만점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중도탈락률과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본교는 중도탈락률을 막고 재학생 충원율을 충족하기 위해 △대책 마련 △관리기구 설치 △제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진단에 참여해야만 재정 지원 및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이 가능하다”며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한편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은 2021년 4월 진행된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같은 해 5월부터 7월까지 진행되며 결과는 8월 중으로 발표된다. 선정된 대학에 대한 일반재정은 2022년부터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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