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최장기 민주화 시위, “송환법 반대”
홍콩의 최장기 민주화 시위, “송환법 반대”
  • 김이슬 기자, 최은진 수습기자
  • 승인 2019.09.02 00:00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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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이하 홍콩 공항)이 폐쇄됐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 약 5천여 명이 공항을 점거하자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공항 폐쇄 전날, 침사추이 지역의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한 여성이 경찰이 발사한 시위 진압용 고무 총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강경 진압에 분노한 홍콩 시민들이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송환법 철폐 요구로 시작된 시위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요구 등 홍콩의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확대되고 있다.

 

  홍콩 시위의 시작, 송환법 발의에 반대 
  송환법으로 널리 알려진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송환법은 지난해 2월, 대만에서 벌어진 홍콩인 살인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홍콩인이 대만에서 연인을 살해한 후 홍콩으로 돌아왔으나, 대만과 홍콩 간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처벌에 한계가 있었다. 홍콩법은 근본적으로 타국에서 발생한 살인죄를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이미 영국, 미국 등 20개국과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제정을 통해 범죄인을 중국에 합법적으로 인도할 수 있게 될 경우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송환법은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에 나섰다.

  점점 커지는 시위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지난달 27일(화) 80일째를 맞으며 2014년 일어난 ‘우산 혁명’을 넘어서는 장기 민주화 시위로 기록됐다. 우산 혁명은 2014년 9월,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다. 중국은 영국과의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2014년 8월 31일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산 혁명은 당시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 등을 막아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8월 12일(월) 홍콩 첵랍콕공항 여객 터미널 홍콩시민들의 시위 현장. 사진: boardniglog
8월 12일(월) 홍콩 첵랍콕공항 여객 터미널 홍콩시민들의 시위 현장. 사진: boardniglog

  홍콩 의회가 송환법을 발의한 후 지난 3월 31일(일), 송환법에 반대하는 첫 시위가 일어났다. 이어 지난 6월 9일(일)에는 홍콩 빅토리아 공원 등에 약 100만 명이 운집해 송환법 철폐를 외쳤다. 이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많은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이자 지난 6월 15일(토),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은 이미 죽었다”고 말하며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법안의 보류가 아닌 완전한 철폐를 요구하며 다음날 16일(일), 약 200만 명이 빅토리아 공원에 몰려들었다.

6월 9일(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일어난 시위.사진: 주간동아
6월 9일(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일어난 시위.사진: 주간동아

  송환법 반대 속 ‘반중정서’ 
  홍콩의 중국 반환 22주년을 맞은 지난 7월 1일(월), 홍콩 시위대는 입법회(국회)를 점거한 뒤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기둥에 적었다. 또한 시위대는 입법회에서 중국을 상징하는 오성홍기를 내리고 과거 영국령 시절 홍콩기를 내걸었다. 송환법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중국 정부가 홍콩 사회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미로 ‘반송중(중국송환반대)’을 외치며 반중 정서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 7월 21(일)에는 일부 시위대가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사무실 앞까지 가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달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바다에 버리거나 훼손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위대가 반중 정서를 표출하며 중국 휘장을 훼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국양제를 건드리는 것은 중국 정부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7월 21일(일) 손상된 중국 국가 휘장. 사진: SBS뉴스
7월 21일(일) 손상된 중국 국가 휘장. 사진: SBS뉴스

  청나라와 대영제국의 아편전쟁 이후, 홍콩에 대한 통치권은 영국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영국과 중국의 반환 협정에 따라 홍콩은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됐다. 영국의 통치 기간 동안 홍콩은 영국식 사회 시스템과 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 잡았고, 중국은 신해혁명을 거쳐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했다. 100년 이상 서로 다른 길을 달려온 두 사회는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로 불린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대 영국과 협상 당시 제시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로 타협점을 찾았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홍콩 정책을 표현하는 핵심 슬로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일국’에, 홍콩 시민은 ‘양제’에 초점을 맞추며 의견차가 발생해왔고, 이 간극이 반영돼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반중 정서를 띠게 됐다.

  무너진 평화시위 
  홍콩 시위는 12주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시위가 폭력적으로 번지게 된다면 중국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개입할 명분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시위대는 ‘평화적 시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시위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 중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자, 시위는 점차 폭력적인 양상으로 바뀌었다.  지난 7월 2일(화), 일부 시위대가 홍콩 의회인 입법회 청사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했고, 이어 14일(일)에는 사틴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로 △시위 참여자 △경찰 △현장 취재 기자 등 총 28명이 다쳤다. 이어 지난달 25일(일)에는 홍콩 카이청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이날 집회에는 수천여 명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홍콩인들 힘내라’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일부 시위대가 행진 거리 인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하며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홍콩 국제공항 점거 시위 이후 한동안 이어졌던 평화 시위 기조가 무너진 것이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이 거세지며 화염병과 물대포가 등장했고 경찰은 처음으로 경고 사격을 가했다. 이처럼 반대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짐에 따라 시위 정국이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정국 정부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을 가하는 등 사태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폭력적인 백색테러… 규탄시위 이어져 
  한편 지난 7월 21일(일) 위엔랑(元朗)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각목과 쇠 파이프로 홍콩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백색테러’가 발생했다. 백색테러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암살, 폭력 등을 행하는 보수세력의 테러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백색테러범들은 시민과 시위대를 구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공격해 최소 4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 임산부도 포함됐다. 

  지난 7월 27일(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겨냥한 백색테러를 규탄하는 시위도 이어졌다. 시위대는 “시민이 폭행을 당할 때 경찰은 어디 있었나”라고 외치며 경찰관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홍콩 시위대 영·미에 도움 요청해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의 지배를 받아온 홍콩은 ‘자유’, ‘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해왔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전체주의’국가이다.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반대와 더불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영국령 홍콩기와 미국 성조기를 꺼내 들었다.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민주주의 국가에 홍콩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함이다. 집회 참가자는 “영국과 미국이 중국이 일국양제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해 달라”며 “영국과 미국이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을 제재해 홍콩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이 사태와 관련해 영국 외무부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은 “우리는 홍콩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최근 홍콩에서 이어진 시위들은 홍콩반환협정에 대한 영국의 약속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의한 폭력적인 진압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더 나아가 미중 무역에 영향을 끼칠 것을 경고했다. 반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영국과 미국을 겨냥해 강력히 경고했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인권전선은 “홍콩에는 외국자본이 많이 투자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타국 정부도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홍콩 정치에 관여할 권리가 있다”고 중국에 반박했다.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 SBS뉴스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 S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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