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저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저

  우리는 어릴 적에 인형에 이름을 붙이고 역할을 부여하기도 하며 예뻐해주고 때론 버리기도 했다. 제목 ‘인형의 집’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인형의 집은 말 그대로 인형이 사는 집이고, 여기서 인형은 인형과 같은 존재로 살아온 주인공 ‘노라’이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공연예술 교양에서였고, 다르게 연출된 연극들을 먼저 본 후 원작이 궁금해져 따로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은 1막, 2막, 3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1막이 시작되고, 만약 해당 부분만 읽었다면 독자들은 노라를 그저 사치스럽고 철없는 여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남편 헬메르는 변호사에서 은행 총재가 되어 점점 가세가 나아지고 있는 반면, 노라는 쇼핑으로 돈을 펑펑쓰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에게 노라는 ‘아기처럼 항상 보호가 필요한 가냘픈 애인’에 지나지 않는다. 헬메르는 노라를 ‘작은 종달새’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노라를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고 하나의 인형으로 보고 있는 그의 태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노라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결혼 직후 헬메르가 중병에 걸렸고 노라는 그를 살릴 경비를 구하기 위해 전직 변호사이자 고리대금업자인 크로그스타드에게 큰 돈을 빌리게 된 것이다.

  3막에서 헬메르가 노라의 비밀이 담긴 편지를 발견하면서 모든 것을 들키고 만다. 노라는 헬메르에게 당신을 위해 돈을 빌린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헬메르는 노라보다 오직 이제 막 은행 총재가 된 자신의 사회적 위신이 추락할 것을 걱정할 뿐이다. 처음보는 헬메르의 그런 모습에 노라는 낯선 감정과 끝없는 허무함을 느꼈을 것이다. 노라는 이 사건 이후에서야 자신이 ‘인형’에 지나지 않는 삶을 살아온 것을 깨닫는다. 그런 노라는 헬메르에게 “결혼 전엔 아버지에게, 결혼 후엔 당신의 인형으로 살아왔어요.”라고 말하며 집을 떠난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던 19세기 후반 당시에 여성에게 주어진 ‘성스러운 의무(남편의 권위에 복종하는 일)’들이 여성들을 얼마나 옥죄어 왔는지를 노라가 대표로 보여주고 있다. 100년이 더 지난 지금, ‘인형의 집’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여전히 다른 노라들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라는 이름 안에 갇혀 인형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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