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목) 대학 시간강사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인 ‘고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강사법’이 시행됐다. 2011년 처음 강사법이 발의된 지 8년 만이다. 강사법의 핵심 내용은 △시간강사의 임용 기간 1년 이상 보장 △재임용 절차 3년까지 보장 △방학 기간에도 임금 지급 등이다. 

  강사법은 그동안 총 4차례의 유예를 거쳤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올해 2학기부터 각 대학에 적용됐다. 하지만 강사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동시에 속출하고 있다. 

 

  2학기 강사법 시행 앞두고 
  1학기 강사 7,834명 일자리 잃어

  교육부가 지난달 30일(금) 발표한 ‘2019년 1학기 강사 고용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강사법의 적용을 받는 399개 대학의 2019학년도 1학기 강사 재직 인원은 46,925명으로 지난해 1학기 58,546명 대비 11,621명 감소했다. 하지만 이 중 3,787명은 올해 1학기에도 초빙 교수, 겸임 교수와 같은 강사가 아닌 다른 교원 직위로 강의를 유지하고 있다. 겸임‧초빙 교수는 강사와 달리 법적으로 교원 직위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사가 11,621명 줄어드는 동안 겸임 교수와 초빙교수는 각각 4,424명, 511명 늘었다. 이에 대해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김진균 성균관대분회장은 “겸임·초빙 교수 양산은 오히려 대학 내 일자리가 악화된 것”이라며 “강사 채용이라는 법률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대학들의 꼼수가 드러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강의 기회를 상실한 강사 7,834명 중 다른 직업 없이 강사만을 직업으로 하는 전업강사는 4,704명으로, 이는 실질적으로 무직 상태로 고용 규모가 감소한 형태이다. 또 이 중에서 1,942명이 인문사회 계열 강사에 해당됐다. 이어 △예체능 계열: 1666명 △자연과학: 633명 △공학: 362명 △의학: 101명 순이었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강사법이 적용된 2019학년 2학기 집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학교현장 혼란 현실화...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지난달 1일(목)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대학 328개 중 32.3%인 106개 대학만 강사 신규채용 공고를 완료한 상태였다. 나머지 67.7%(222개 대학)는 1차 공고만 내고 추가 모집 공고를 준비하고 있거나 강사 신규 채용 계획이 없었다. 이에 대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7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입장문 게재를 통해 “교육부는 매뉴얼 배포가 늦어져 강사 임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학교들은 강사를 채용할 돈이 없어 ‘기다려 달라’고 한다”며 “피해는 당장 학교를 다녀야 하는 학생들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대학들의 강사채용이 늦어지면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수강신청 2일 전인 지난달 5일(월)까지 약 400개 과목의 담당 교수가 확정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담당 교수가 확정된 과목이더라도 약 350개 과목은 강의계획서가 게재되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연세대 총학생회는 교양강의 수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8학년도 2학기와 2019학년도 2학기 강의 수를 비교한 자료에 의하면 교양강의는 총 1037개에서 857개로 약 17% 감소했다. 

  이밖에도 지난달 1일(목) 수강신청을 시작한 서울대의 경우 3,661개 강의 중 766개(20.9%) 강의에 강의계획서가 게재되지 않았고, 356개(9.7%) 강의는 강사 미배정 상태로 남아 있었다. 고려대도 올해 2학기 핵심 교양과목의 강좌 수가 2018년 2학기에 비해 23%, 2017년 2학기에 비해 46% 감소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에서는 “전공 강좌 수도 영문과에서 31%, 심리학과에서 26% 급감하는 등 크게 줄어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외대에서도 959개에 달하는 강좌의 강의계획서와 강사를 배정하지 못해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을 겪었다. 이에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학교 측과의 면담을 통해 지난달 말 별도의 수강신청 기회를 받기도 했다.

  본교에서도 강사법 시행으로 숭실사이버대의 시간강사가 감축돼 본교 숭실사이버대 학점 교류 과목 28개 과목 중 20개 과목이 폐강됐다. 이에 따라 본교는 학점 교류 과목 폐지로 인해 축소된 강의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숭실사이버대 측과 신규 강의 개설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본지 1234호 ‘숭실사이버대 학점 교류 과목 대거 개편, 28개 과목 중 20개 과목 폐강돼’ 기사 참조).

 

  교육부 대책 마련 중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6일(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 따르면, 대학기본역량진단 및 대학혁신지원사업에 ‘강사고용안정지표’가 도입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강사고용안전지표로 ‘총 강좌 수’와 ‘강사 담당학점’을 반영해 학생 학습권 침해를 막고 강사의 고용을 안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대학이 강사를 법 취지에 맞지 않게 대량 해고할 시 재정 지원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강사에 대한 부당대우를 방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지난달 30일(금)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강의 기회를 상실한 전업 강사의 연구·교육 안전망 마련 등 강사법이 대학 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준비 중이다. 교육부는 2019년 확보한 방학 중 임금 예산 288억 원을 대학별 강사 고용 안정성을 반영해 배부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예산안에도 방학 중 시간강사에게 지급할 임금 577억 원과 퇴직금 지급 대상자 증가에 대비한 퇴직금 예산 232억 원 등 809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2,965억 원 가량을 추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강사·강의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강사법 연착륙을 위한 재정을 100% 지원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으며, 강사법의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이 아닌 대학 자체의 자구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유은혜 장관은 “강사 고용안정 및 처우 개선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하고자 만들어진 강사법이 현장에 안착해 그 취지를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새로운 제도가 안착되는 과정에서 강의 기회를 잃은 학문 후속 세대 및 강사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연구·교육 안전망 마련에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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