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목) 발의된 지 8년 만에 ‘강사법’이 시행됐다. 그간 4번의 유예를 거치며 강사·대학·정부 사이의 절충안을 찾아 헤매다 드디어 현장에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많은 논의 과정을 겪었음에도 시행과 동시에 대학가에는 혼란이 찾아왔다. 강사 7,834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도대체 이 혼란은 어디서 나온 것이며, 이 혼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가장 먼저 책임을 지적해야 할 곳은 정부이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년간 등록금 동결을 강요했다. 또한 대학평가라는 명목하에 대학구조개편을 단행했다. 이러한 상황 속 열악한 재정을 가진 대학은 사실상 강사를 고용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강사법 시행과 동시에 교육부는 강사들의 임금과 퇴직금을 일정 부분 보조하기 시작했지만, 기존에 대학 측 요구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사립대학의 경우 법인이 책무를 제대로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학 법인은 교직원을 채용한 고용주로서, 법정부담금은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이 전액 부담해야 하지만 대부분 사립대학에서 이를 지키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이렇게 사립대학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 대신 교비로 부담한 법정부담금은 모두 1조 1,962억 원에 달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법정부담금만 사립대학 법인이 부담해도 현재 사립대학 재정 부족 문제의 일정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결국 사립대학은 법적으로 부여된 역할과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등록금 동결과 국고보조금 부족만을 탓하고, 재정난을 강조하며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있다.

  물론 법정부담금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데는 교육부의 방치 문제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사실상 민간이 책임져 왔다.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소수의 국립대학만 설립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위탁하면서 사실상 방치해 왔기 때문이다. 대다수 OECD 국가들은 고등교육 대부분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정부의 방치 속에 사립대학 운영자들은 필요한 비용은 갖추지 않은 채 최소 비용만으로 대학을 무작정 설립했고 결국 사립대학 운영은 학생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사립대학을 민간에 맡긴 채 방치했고 사립대학은 설립 이후 학생들을 볼모로 정부에 무작정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혼란의 책임을 찾다보면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이렇듯 각 주체들이 책임을 회피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귀결된다. 강사법 시행 초기부터 몇몇 대학 학생들은 강사조차 배치되지 않은 강의를 수강신청하는 수업권 침해를 겪었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의 죽음으로 시작된 강사법은 8년을 떠돌다 안착했지만, 여전히 2010년에서 크게 개선된 부분은 없는 듯하다. 적어도 끝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각 주체들은 서로의 책임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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