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총학생회 산하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인준됐다. 이어 지난달 인권위 위원장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인준됐다. 인권위는 학내 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사업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 학생의 보편적인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인권은 미명으로 쓰일 수 있는 어휘가 아니다. 최근처럼 혐오 문제가 가시화되고 이와 관련된 갈등이 첨예해지는 시점에서는 더욱 조심스럽게 쓰여야 한다. 인권은 노력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권리고,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개념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개념은 이러한 당연한 권리가 비교적 특권을 누리는 계층에 비해 덜 주어졌기 때문에 등장한다. 동일하게 주어져야 할 권리가 차등적으로 주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편적인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이 어떤 울림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수를 위한 복지는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다. 총학생회와 각 단위 학생 대표자들은 한정된 예산에서 정책을 집행해야 하고, 이는 자연히 구성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총학생회 산하에 인권위원회가 신설됐다면, 인권 증진이 보다 더 필요한 학생들에게로 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총학생회는 주력해야 할 다른 정책이 많고, 다양한 지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만을 위해 신경을 쏟기 어려워 기숙사 생활을 전담하는 기숙사자치위원회를 출범하고자 한 것처럼 인권위원회도 그런 방식으로 기능해야 한다. 총학생회에서도 충분히 발의하고 집행할 수 있는 다수 학우들을 위한 정책을 집행한다면, 인권위원회의 명칭에 붙은 ‘인권’은 단순한 미명, 그럴듯하게 내세운 명목이나 명칭에 그칠 것이다.

  인권위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뗐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인권 관련 논의의 장에서 선뜻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임을 안다. 그럼에도 인권을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인준됐고, 인권과 관련된 정책을 고민하고 집행할 의무를 학생대표자들로부터 넘겨 받았다. 이제 나아갈 차례다. 어떤 지위를 가진 사람이든, 인권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더 많이 보장돼야 하는 개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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