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대중들의 반응이 민감한 이슈를 꼽으라면 군복무와 대학 입시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중 군복무는 남녀 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뚜렷해서 공감대 형성이 다소 부족하다 할 수 있지만 대학 입시는 남녀나 세대를 불문하고 상당한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에 그 폭발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할 수 있다. 더욱이 군복무는 원칙적으로는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에게 부과되는 의무이지만 대학 입시는 수험생의 주변 환경이 굉장할 정도로 영향을 주기에 계층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소지가 꾸준히 존재했다. 

   현재 일부 관료나 정치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의 기저에는 그들이 누리는 혜택을 자신들은 받지 못한다는 일반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그들에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한 장관의 업무 능력을 검증하는 대신 집요할 정도로 자녀의 대학 입학을 물고 늘어지는 것도,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 정치인 자녀의 대학 입학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할 대학 입시가 특정 계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불만과 함께 대학 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표출된 것이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는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점점 계층 간의 이동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의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3.3%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성공을 향한 나머지 90%의 마음은 절박하며 그만큼 그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대학 입시는 이런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자칭타칭 ‘흙수저’에 속하는 이들이 성공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출발선마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현저하게 차이나는 현실을 보며 그들은 박탈감을 넘어 무력감마저 갖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난 환경 등의 이유로 여러 면에서 불평등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부인할 수 없다. 반드시 환경이 좋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경쟁 방식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으로 바꾸지 못하는 요인으로 인해 기회를 빼앗긴다면 사람들은 점점 더 불만을 갖게 되고 그런 사회는 점점 더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교육이나 고용시장, 경제나 법체계 등의 여러 방면에서 불공정한 현실을 만드는 요소를 없애서 구성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더 이상 90%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자조하며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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