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교 대동제에는 학창 시절 학교폭력 가해 논란에 휩싸인 밴드가 무대에 서게 됐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멤버는 가해 사실을 인정한 후 자진 탈퇴했다. 그러나 대표곡 작사·작곡에 탈퇴 멤버가 참여했다는 점, 모든 멤버가 과거부터 가깝게 지낸 ‘잔나비(원숭이)’띠의 같은 동네 출신(일부 멤버 제외)이므로 가해 사실을 모르지 않았으리라고 추측된다는 점 등 때문에 논란은 가중됐다.

  대동제 아티스트가 공개된 후 다양한 플랫폼에서 본교 재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동제를 일주일도 채 앞두지 않은 시점의 일이다. 2019년 축제 준비위원장은 지난 21일(토) 가장 많은 항의가 제기됐던 익명 플랫폼인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축제 준비위원장은 △짧은 준비 기간 △재학생들의 설문조사 △불가능한 환불 조치 등을 언급하며 학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피해 사실을 밝힌 피해자는 “장난 삼아 던진 돌이 한 사람의 학창 시절과 인생에 엄청난 아픔을 주고 트라우마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며 “각종 공중파 방송과 광고, 음악 페스티벌, 길거리, 카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정말 큰 고통이고 다시 악몽이 시작되는 것 같아서 힘들다”고 서술했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가해자는 부끄러워하되 피해자는 편안한 일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전복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에서도 학교 폭력을 ‘실수’로 명명하거나, 논란이 된 멤버는 탈퇴했으니 상관없다는 의견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어 항의하는 학생을 향해 “혹시 학교폭력 피해자가 아니냐”며 피해자를 희화화하는 반응 등을 보이기도 했다.

  정의는 읽기 쉬운 마음을 외면해 도래한 뜨거운 밤을 기억하는 데 있지 않다. 홀로 차가운 밤을 견뎌낸 사람에게 볼품없는 낮을 안겨주지 않는 데 있다. 대동제는 성큼 다가왔고, 섭외한 밴드는 결국 숭실대학교 무대에 선다. 타인을 깎아 만든 뜨거운 밤을 기억하고자 한 이번 대동제는, 결국 썩은 나비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데 기여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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