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전자기 유도 현상
<그림1> 전자기 유도 현상
사진2 일렉 기타와 픽업의 원리
<그림2> 일렉 기타와 픽업의 원리

  “나는 사실, 락커(Rocker)였다”

  나른한 오후 강의에 나의 기타 치던 추억을 얘기해주면, 후배들은 전공 내용보다 집중을 더 잘한다. 락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악기, 기타. 흔히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렉 기타(Electric guitar)’라고 부른다. 이번에는 울림통도 없는 일렉 기타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알아보고 그 뒷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기장의 변화가 소리로

  이과 후배들은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전자기 유도에 대해서 배웠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그림 1>처럼 전선을 감고 그 안에 자석을 움직이면 전기가 발생한다. 자석을 움직이지 않고 자기장만 변화시켜도 전기가 발생한다. 일렉 기타는 이 원리를 이용한다. <그림 2>와 같이 자석 주위에 전선을 감고
한쪽 끝에 철로 된 기타줄을 진동시키면 자기장이 변하면서 <그림 1>과 같은 원리로 전기가 발생한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기타줄이 서로 다르게 진동하고 이는 서로 다른 전기 신호를 발생한다. 이 신호를 스피커에 연결하면 우리가 듣는 연주가 된다.

  전파사 주인이 자동차 부품으로 만든 기타-Fender

  세계 최고의 기타 브랜드 중 하나로 펜더(Fender)를 꼽는다. 벌써 ‘펜…’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부터 가슴이 뛰는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하다. 이 회사는 미국의 레오 펜더(Leo Fender)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그는 1909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전자 제품을 뜯으며 노는 것을 좋아했고 음악
도 좋아했다. (이점은 나, 송기영 교수와 매우 흡사 하지만 현재 상황은 내가 씁쓸하다) 이런 특기를 살려 결국 대학 졸업 후 전파사를 차린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와 같은 소리 나는 전자 제품을 잘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한 손님이 자신의 기타를 더 맑고 큰 소리가 나게 개조해달라는 다소 황당한
주문을 한다. 이에 자동차의 자석 부품을 뜯어 전선을 감은 뒤 앞의 <그림 2>에서 설명한 전자기 유도 현상을 정밀하게 구현하는 부품을 만들어 기타에 장착한다. 이 부품이 바로 일렉 기타의 소리 품질을 결정하는 픽업(pick up)이라는 장치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타를 스피커에 연결하면 맑으면서 강한 소리를 내게 된다. 이 전파사의 소문이 퍼지면서 기타리스트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급기야 ‘전파사 기타(radio shop guitar)’라는 별명으로 불티나게 팔리게 된다. 그 뒤 자신의 이름을 딴 펜더라는 기타 회사를 만들고 몇몇 제품을 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트라토캐스터(Stratocaster)’이다. 락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렉 기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모양과 색깔의 기타가 바로 <그림 2>의 펜더-스트라토캐스터이다.

  세기의 명기 스트라토캐스터는 이렇듯 천재적인 음악가나 장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음악을 사랑했던 한 라디오 수리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말하면 융합이니 창의성이니 하며 칭송을 하겠지만, 레오 펜더에게는 그저 자신이 사랑한 음악을 전공 지식을 통해 표현한 것일 뿐이다. 우리 후배들도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취미나 동아리 하나는 가져보자. 그 활동에서 운명처럼 자신의 전공이 불현듯 쓰이는 행운이 일을 수 있으니. 레오 펜더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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