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생리대 광고
달라지는 생리대 광고
  • 박현철 기자
  • 승인 2019.09.23 01:14
  • 호수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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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생리대 광고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생리대 광고는 20대의 젊은 여성이 출연해 청순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내건 광고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연령층이 등장해 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표현해왔던 관행과 달리 현실적인 붉은색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 


  생리를 감춰온 생리대 광고

  국내 생리대 광고의 흐름에서는 생리에 대해 숨기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시도는 생리라는 말을 대신하는 ‘그날’ 등의 대체어 사용, 생리혈의 직접적인 노출 대신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등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최초의 일회용 생리대는 1971년 생활용품 전문 업체 유한킴벌리에서 생산한 브랜드 ‘코텍스’의 생리대다. 이후 코텍스는 1975년 접착식 일회용 생리대를 출시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신문 광고에서 ‘누가 여성을 해방시켜 주는가?’라는 문구와 함께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의 모습 등 현대적이며 도시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노지은 연구원은 논문 『1970년대∼1990년대 생리대 광고 담론과 여성』에서 “유한킴벌리는 당시 보수적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상품을 ‘여성의 해방’에 초점을 맞춰서 광고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 생활용품 브랜드 ‘유한킴벌리’에서 출시된 생리대 ‘코텍스’의 신문 광고.
1970년 생활용품 브랜드 ‘유한킴벌리’에서 출시된 생리대 ‘코텍스’의 신문 광고.

  1970년대를 기점으로 일회용 생리대의 광고 이미지는 ‘자유’에서 ‘순수’로 바뀌기 시작했다. 1977년 여성용품 제조업에 진출한 영진약품은 ‘소피아’를 출시했다. 소피아의 신문 광고에는 “여성 세계는 보다 더 깨끗한 것, 그리고 순수한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말을 타고 있는 여성 모델이 출연해 여성의 순수함을 강조한다. 이후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생리대 광고는 △순수 △청순 △깨끗한 △하얀 등의 이미지가 대세를 이뤘다. 1995년 출시된 ‘코텍스 화이트’는 “깨끗해요”라는 문구를 내세워 광고하기도 했다.
 

2017년 생활용품브랜드 ‘에리에르’의 ‘엘리스 생리대’ 광고. 20대의 여성이 나와 청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017년 생활용품브랜드 ‘에리에르’의 ‘엘리스 생리대’ 광고. 20대의 여성이 나와 청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후 생리대 광고들은 청순한 20대 여성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차용한다. 광고 모델도 20대 초반 여성이 주류를 이뤘다.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생리대 시장점유율 42.6%를 차지하는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브랜드인 ‘화이트’와 ‘좋은느낌’에서는 이러한 1990년대의 광고 흐름을 최근까지 유지하고 있다. 2012년 ‘화이트’의 광고에는 다이어트를 하려는 20대 여성이 등장한다. 광고의 문구는 “그날이 그날일지라도”라며 생리라는 표현을 ‘그날’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 또한 2013년 광고에서는 생리대에 생리혈과 같은 빨간색 액체 대신 파란색 액체를 흡수시키며 생리혈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좋은느낌’ 역시 마찬가지이다. 2016년 ‘좋은느낌’ 광고에는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이 출연한다. 또한 생리라는 말 대신 ‘그날’이라고 표현하고, “그날에도 이렇게 마음까지 편안하다”는 대사를 한다.
 

2017년 생활용품 브랜드 ‘에리에르’의 ‘엘리스 생리대’ 광고.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표현했다.
2017년 생활용품 브랜드 ‘에리에르’의 ‘엘리스 생리대’ 광고.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표현했다.

  생리하는 여성이 실제로 경험하는 △생리통 △월경 전 증후군 △호르몬 변화로 인한 여드름 등이 노출되는 대신 생리 기간에도 아무렇지 않게 쾌적한 일상을 이어가는 젊은 여성만이 등장한다. 이에 『월경의 정치학』의 저자 박이은실 작가는 “생리대 광고는 제품의 기능을 내세우면서도 당대 남성들이 요구하는 여성상을 철저히 따르고 반영하는 전략으로 변해왔다”고 분석했다.

 

  왜곡된 생리대 광고
  생리는 숨겨야 하는 것?

  광고에서 생리를 숨기거나 생리혈을 에둘러 표현해온 것처럼, 사회적으로 생리는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지난해 6월 광주 광산구의회에서 저소득층의 생리대 지원 방안을 논의하던 새누리당 박삼용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생리대라는 것은 좀 적절치 못한 그런 발언이지 않으냐”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공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나오는 생리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만연하다. 생리라는 단어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다른 단어로 대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클루’와 국제여성건강연합이 실시한 190개국의 총 9만 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여성의 78%가 생리를 다른 단어로 표현한다고 답했다.

  또한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생리를 돌려쓰는 표현은 총 5천 가지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리라는 단어 대신에 △그날 △마법 △대자연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스페인의 경우 생리 중인 여성을 ‘자를 가지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이는 생리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자처럼 규칙적이라고 돌려 표현한 것이다. 또한 ‘스테이크를 해동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얼린 고기를 녹일 때 핏물이 나오는 것을 생리에 비유한 표현이다. 프랑스는 ‘영국 군인이 상륙했다’고 표현한다. 이는 미국 독립 전쟁 당시 영국군이 붉은 군복을 입은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이외에도 독일은 생리를 딸기라고 표현하고, 미국은 ‘언트플로(Aunt Flow)’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플로(flow)는 ‘흐르다’라는 뜻으로 여성의 생리혈이 흐르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토마토 수프가 너무 많이 익었다’거나 중국에서는 ‘꼬마 여자애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여성의 월경이 다른 은어로 대체되곤 하는 모습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이토록 ‘생리’를 돌려 말하는 이유는 ‘생리’에 대한 잘못된 교육 때문이다. ‘생리’는 청결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숨겨야 하는 것처럼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질의 응답』을 쓴 엘렌 스퇴겐 달 작가는 “많은 여성이 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는 까닭 중 성교육도 한 몫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학교 성교육이 실제 필요한 지식 대신 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해서는 안 될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신한 척하는 법’이나 ‘자위 안 하는 척하기’ 같은 체면 차리기 교육을 잔뜩 하고 있는데, 성의 유희적이고 쾌락적인 면을 알려주고 여성이 성의 주체가 되어 성생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생리대 광고 등장 중 

  그러나 최근의 생리대 광고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탈피하고 있다. 과거에는 없었던 생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하는 광고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생리대 브랜드 ‘나트라케어’는 ‘뭘 입어도 불안해’, ‘절대 상쾌하지 않아’ 등 실제 여성들이 생리 기간에 겪는 불쾌한 감정과 느낌들을 솔직하게 드러낸 광고를 선보였다. 해당 광고에서는 생리를 ‘그날’로 비유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생리’라고 언급했다. 
 

2019년 생활용품 브랜드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생리대 광고. 생리에 대해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2019년 생활용품 브랜드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생리대 광고. 생리에 대해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유한킴벌리에서도 ‘화이트’ 광고에서 빨간색 공간에서 위아래로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대규모 자궁 리모델링, 기간 일주일, 양 역대급’이라고 표현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이는 여성의 생리 전 자궁벽에 있는 생리혈을 의인화한 것으로 ‘생리 터진다’는 표현도 숨기지 않는다. 또한 생리대의 흡수력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대로 붉은색을 차용하기도 했다.
 

2019년 여성용품 전문 업체 ‘라엘’의 생리대 광고. 생리 중 여성이 겪는 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2019년 여성용품 전문 업체 ‘라엘’의 생리대 광고. 생리 중 여성이 겪는 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지난 4월 온라인읕 통해 공개된 여성용품 전문 업체 ‘라엘’의 생리대 광고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이 등장하며 생리 중 여성이 겪는 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또한 ‘생리’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생리혈을 붉은색으로 표현하는 등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표현했던 기존 광고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를 끌었다. 여성 소비자도 이러한 변화에 화답하고 있다. ‘라엘’은 생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현한 광고 이후 온라인 매출은 10배, 공식 사이트 회원 수는 20배 증가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영국의 여성 위생용품 브랜드 ‘보디폼’의 생리대 광고에서는 달리기나 권투 등 다양한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손 △발 △다리 등에서 피가 흘러도 운동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No blood should hold us back(어떤 피도 우리를 멈춰 세울 수 없다)’는 문구를 제시하며 생리가 여성의 활동을 구속할 수 없다고 강조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여전히 생리를 거부하는 사회
  교육도 병행돼야 

  일각에서는 생리를 부정적이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여겨온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해 관련된 교육도 병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관계교육연구소 손경이 대표는 “과거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고,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적절한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대표는 “여성 생리의 경우 시작하기 전에 교육을 받는 것이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라면서 “최근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 만큼 그에 맞춰 교육 시점을 앞당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근 생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성교육이 진행되는 추세다. 강남구에서는 지난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관내 초등학교 33개교 5학년, 중학교 25개교 1학년을 대상으로 ‘당당하고 건강한 생리 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4일(토) 시민단체인 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이하 초록상상)은 ‘십대 건강권을 위한 전문의와의 만남’을 개최하기도 했다. 초록상상은 이외에도 ‘여성안심수다회’, ‘성평등 영화제’등을 개최하며 일상 속 여성의 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지역 내에서 성평등 인식을 확산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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