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명을 이끌었던 로마가 멸망한 후 세계 문명은 중국 대륙이 이끌었다. 세계의 4대 발명품이라 할 수 있는 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 등이 모두 중국에서 유럽 지역으로 넘어갔다. 산업 혁명 이후 제국주의 침략을 경험했던 동아시아는 현재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18년 무역액 최상위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미국이고 뒤를 이어 독일,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가 있고, 7위에 한국이 있다. 

  한중일 3국은 자유 무역의 기조 아래 상대방을 5대 수출국 안에 포함시키며, 역내 교역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19세기 말 이후 전쟁과 수탈의 상대를 넘어 현재는 한 배를 탄 상황인 것이다. 양호한 지리적 접근성과 문화적 유사성은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각국의 대학에 많은 유학생이 다니고 있고, 다른 나라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여행객과 비즈니스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항상 흐르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 간에 사이가 좋은 경우는 많지가 않다. 인접 국가 사이에 역사적으로 많은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존재하는 경쟁의식도 관계가 있다.

  한국인들은 과거 역사에서 한국이 일본에 문화 전파 등으로 베푼 호의에 일본이 두 차례나 침략으로 응답하였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아직 식민지 조선의 잔상이 남아 있는 것도 있다. 

  아베 정권은 이를 정치에 이용하려 수출 규제, 화이트 리스트 제외라는 칼을 빼들었다.  2019년 7월의 수출 규제로 한국이 약속을 안지키는 나라임을 부각하면서, 압박을 하면 한국이 투항할 것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무역에서 보이듯이 한국은 이제 무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1인당 수출액은 일본보다 많고 무역에서는 흑자국이다. 더욱 중요하게 간과한 것은 식민 지배에 대한 감정이다. 때린 놈은 쉽게 잊을 수 있지만 맞은 이는 쉽게 잊을 수 없다. 사람 간 관계도 그러하듯이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이 깨지며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 칭해지는 불경기를 맞았다. 불경기는 자민당 정권의 몰락을 초래했고, 재집권을 향한 자민당 정권은 역사를 무기로 세를 결집하고자 하였다. 이 때 등장한 것이 교과서 왜곡,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제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었다. 2009년 민주당 정권이 등장하였으나 경기를 살리지 못한 가운데 동일본 대지진에 미흡하게 대처하면서 다시 정권을 자민당에 돌려 주었다.

  아베의 자민당 정권은 ‘아베 노믹스’를 주장하며 경제 재생을 실시하였다. 경기가 좋아지며 선거마다 승승장구한 아베 정권은 헌법 개정을 주장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대한 강경 드라이브는 보수세력의 결집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경우 2000년대 벽두부터 ‘동북공정’으로 역사 문제에 있어 한국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왔다. ‘동북공정’이나 ‘서북공정’ 역시 중국의 동부 해안에 비해 낙후된 지역에 대한 개발과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분리독립 주장이나 불만 세력을 포용하려는 정책 아래 취해진 것이었다.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에 극한 반응을 내세우는 것도 국내의 불만을 대외로 표출시키는 정략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한중일 3국의 상호 무역 규모, 상호 인적 교류는 다른 지역의 교류와는 그 질과 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반면 역사, 문화 또는 상호 이해에 대하여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가들이 앞장서서 포퓰리즘으로 편견과 오해를 확산시킨다. 역사적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상대화를 통해서 피해자의 마음을 보듬어 안는 것이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만 앞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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