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여학생 휴게실의 용도 변경을 최종 의결했다. 의결 근거는 △실사용자 부족 △잦은 사고 발생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요청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난 이후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무수한 관련 글이 올라오고, 온라인을 넘어 교내 게시판에 대자보가 붙는 등 반발이 일었다. 

  먼저 중운위에서 근거로 제시한 여학생 휴게실의 실사용자 부족 부분을 살펴보자.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TF팀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학생 휴게실 이용 인원이 1일 10명 남짓이라고 한다. 공간 부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용률이 떨어지는 공간은 유지가 힘들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용률이 낮은 모든 공간은 폐쇄하고 다른 공간으로 대체돼야 하는가? 또한 오픈 스페이스가 여학생 휴게실보다 이용률이 높을 것이라는 확정적 전망도 없으며, 여학생 휴게실보다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 여학생 휴게실의 위치는 학생회관 216호이다. 학생회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기 어렵고, 강의실과는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중운위의 논리대로라면, 오픈 스페이스로 변경됐을 경우 이용률이 낮다면 또다시 용도를 변경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여학생 휴게실 내 외부인 출입 제재나 관리가 어려워 잦은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학생 휴게실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개선의 노력 없이 이를 폐지하는 것은 잘못됐다. 다른 방안을 고려하거나 이용 수칙 개선 등 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앞선 과정 없이 성급하게 이뤄진 결정 때문에 여학생 휴게실을 필요로 하는 재학생들의 목소리는 묵살됐다.

  마지막으로 생협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협 노동자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것은 현실이고, 생협 노동자를 위한 별도 휴게 공간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휴게 공간이 여학생 휴게실 폐지를 통해 확보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여학생들의 권리와 노동자들의 권리는 모두 중요하다.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다면 여학생 휴게실에 대한 대안도 같이 준비했어야 했다.

  총학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학생 휴게실의 실사용자들이 노동자 휴게실을 위한 여학생 휴게실 폐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본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학생 휴게실을 이용하는 학생 중에서 실제로 여학생 휴게실 폐지를 찬성하는 비율이 높지 않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의 차이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문제의 본질을 똑바로 보자. 학생과 노동자를 위한 공간 모두 중요하다. 또한 남학생 공간과 여학생 공간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의 공간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책임자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를 향해 수직적으로 분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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