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화)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대학평의원회를 확대 및 강화하는 법률안 3건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된 법률안은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여 의원을 포함한 여야의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의 발전계획 △교육과정 운영 △학칙 개정 등을 심의하는 기구로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등에 설치 근거가 있다.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이후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생겨 모든 사립대학이 대학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이어 2017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며 사립대뿐만 아니라 국공립대에도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립대와 국공립대에 설치 및 운영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조직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 의원은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은 구성원의 참여 속에서 협의와 토론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대학에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는 법률적 기반이 약한 실정이다”라며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대학평의원회를 실질적인 대학 내 자치의결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법 개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대학평의원회 내 학생 비율 확대해야

  여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 번째는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생 의원 비율의 확대, 두 번째는 대학평의원회의 권한 확대이다. 

  현재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는 11명 이상의 평의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교원 △직원 △조교 △학생 중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하되,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평의원의 수가 전체 평의원 수의 2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 의원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의 최소 인원은 11명에서 25명으로 확대된다. 또한 학생평의원의 수를 전체 평의원의 4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 절차에서 법적으로 학생 참여를 보장하려는 취지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8년 사립대학 대학평의원회 구성 현황에 따르면 조사된 133개의 4년제 사립대학 중 69.2%는 대학평의원회 의원 수를 최소 인원인 11명 이하로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전체 평의원 중 학생평의원의 구성비는 14.3%에 불과했다. 이 경우 대학평의원회에 참가하는 학생평의원은 1명에서 2명 가량으로, 나머지 평의원은 △교원 △동문 △직원 등이 임명돼 있는 상황이다. 즉, 학생평의원의 비율이 낮아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생평의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왔다. 

  국공립대학 중 대학평의원회 의원 정수가 11명인 대학은 17%로 사립대학보다 비교적 많은 수를 대학평의원회 의원으로 두고 있었지만, 전체 평의원 중 학생평의원의 구성비는 17.3%로 사립대학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학평의원회 권한 확대해야

  다음으로 여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대학평의원회의 인사추천권한과 심사 권한을 확대·강화하고 있다.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개방 이사 △총장 후보자 △학교법인 감사 △교원인사위원회 위원 △교원징계위원회 위원의 직접적인 추천권을 부여했다. 

  그동안은 교원이나 총장의 인사 등에 있어서 각 대학은 별도로 임용추천위원회를 조직해 인사추천권을 부여해왔다. 대체로 대학평의원회는 직접적인 인사추천권한을 가지지 않고 임용추천위원회의 인사추천권한을 가졌다. 그러나 이번 개정법률안은 임용추천권한을 대학평의원회에게 직접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학교법인 이사 중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기 위해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개방 이사 제도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대학평의원회에서 개방 이사를 추천하는 위원회의 위원을 추천해왔지만, 이번에 발의된 법률안에서는 개방 이사를 대학평의원회에서 직접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대학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대학평의원회가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심사 권한의 강화도 포함됐다.

 

  대학가, 비민주적인 대학평의원회에 반발 일어

  지난 25일(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교과과정 개편과 관련해 학교가 학생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화여대 총학은 “강사법 이후 학교 본부의 일방적인 교과과정 개편으로부터 수업권을 지키기 위한 학사협의체를 구성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평의원회는 학내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심의·자문 기구지만 대학평의원회 구성원 중 학부 학생위원은 단 한 명뿐이고, 학생들의 참관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교과과정 개편뿐 아니라 학내 사안에 대해 학생이 이야기하더라도 의견이 반영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학평의원회의 비민주적 운영 구조를 개선하고, 학교 본부가 학생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북대 총학도 지난 4월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전북대 대학평의원회 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전북대 대학평의원회의 경우 총 14명의 대학평의원이 있으며 이들은 △교수 7명 △강사 1명 △도지사 추천 1명 △동문회 추천 1명 △직원 2명 △조교 1명 △학생 1명으로 구성돼있다. 전북대 총학은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구성원들의 균형 있는 참여를 전제로 하는 민주적인 대학 운영 기구다”면서 “하지만 우리 대학 교수회는 기존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고 교수들만을 위한 대학평의원을 만들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도 지난 7월 대학평의원회의 학생 의원 확대와 권한 강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논평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정부와 국회는 사학개혁을 위해 사학혁신위원회 권고 사항을 뛰어넘는 보다 근본적인 계획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법인 개방 이사 추천권 대학평의원회 기능으로 전환 △교원징계위원회에 대학평의원회 등에서 추천한 인사 참여 보장 △대학평의원회 자문 사항 심의 사항으로 변경 △학생평의원 참여 확대 △학교법인 감사 추천권 대학평의원회에 부여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의된 대학평의원회 강화 3법에 대해 반발에 나섰다. 부산대 교수회는 지난 23일(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부산대 교수회는 “학생 등 비교원의 참여는 의견 수렴을 보장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해당 개정안을 반대했다. 제출한 의견서에서 부산대 교수회는 “교육과 연구기관의 의사결정 주체는 교원이어야 한다”며 “대학평의원회에서 비교원 참여는 3분의 1 미만으로 제한하고, 원활한 의사결정을 위해 교원 평의원 수는 3분의 2 이상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일정 구성단위에 속한 평의원 수가 전체 평의원 중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부산대 김한성 교수회장은 “학생의 권리 보장은 대학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의 기계적 참여 확대가 아니라 별도의 법과 제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 구성원 주요 의사결정 참여 관련 제도 지표로 포함되기도 

  지난달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학혁신지원방안’에서는 대학 구성원 참여와 소통 확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한 자로 교원징계위원회 위원의 1/3 이상 임용을 추진하거나 국립대에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할 것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대학교육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전국 국·공립대학 38개교 중 대학평의원회 미설치 대학 21개교(55.3%), 18개교(47.4%)는 규정이 전무했다.

  또한 교육부는 대학 운영의 책무성 제고를 위해 참여·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오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학 구성원의 주요 의사결정 참여 관련 제도’ 지표를 포함했다(본지 1235호 ‘본교, ‘대학혁신지원 방안’ 대안 검토 예정’ 기사 참조). 이로써 대학들은 지표 개선을 위해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불가피하게 됐다. 또한 해당 지표는 대학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 구성원의 참여와 소통을 확대하는 지표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강조한다.

  본교의 경우 △학사협의체 △총장과 총학생회장 간 간담회 △대학평의원회 등에서 재학생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타 대학에 비해 대학 본부와 학생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획평가팀 최형신 과장은 “본교는 해당 지표에 대해 현재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논의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여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은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따라서 만약 해당 발의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오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대학평의원회의 역할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대학 내 민주주의 강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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