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미』 조조 모에스 저
『스틸 미』 조조 모에스 저

  미비포유의 마지막 후속작으로 나온 책이다. 주인공 루이자 클라크는 미비포유에서 가슴아프게 헤어진 윌을 잊지 못한다. 윌의 마지막 유언은 클라크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클라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윌의 트레이너로 만났던 샘 덕분에 소득이 많은 일을 구하게 됐는데, 상류층만 살 수 있는 빌딩의 한 집에서 부인의 일정 관리 및 컨디션 관리를 하는 일이었다. 하는 일에 비해서 소득이 굉장히 높아 루이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버텨내기로 한다. 루이자가 맡게 된 사모님은 남편과의 결혼 과정에 남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모님은 두 번째 아내였지만, 둘은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서로를 아껴주었다. 안마사였던 사모님은 우연히 손님으로 온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컸다. 사모님은 결혼 후 상류층에 들어서게 되고, 사람들에게 비밀이 많아진다. 안마사였다는게 남편에게 흠이 될까 더 꼿꼿이 고개를 세우고 당당하고 품위를 갖추려 애쓰지만 그 내면엔 상처도 많고 곧 무너질듯한 모습이다. 루이자의 일은 이런 사모님 옆에서 자잘한 심부름부터 친구로서 연회장이나 파티에 같이 가고, 아침 러닝부터 저녁 스케줄까지 붙어있으며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것이다. 과연 루이자는 사연 많은 사모님을 끝까지 잘 챙길 수 있었을까? 책의 결론을 봐선 나는 끝까지 자신의 업무를 다했다고 본다. 루이자는 사모님과의 약속으로 남편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해고당하는데 어쩌면 이것이 그들의 인연의 끝이다.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한 것 뿐이니. 이 책에서 루이자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일하는 동네에서 윌과 닮은 사람을 찾게 되어 마음이 계속 흔들린다. 책의 흐름은 계속되지만 중간 중간에 윌은 계속 생각나게 되고, 찾게 된다.

  어쩌면 세상에 남아있는 자와 없어진 자를 비교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윌은 세상에 없기 때문에 추억이 정지되어있고, 과거에 휘둘리고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자는 계속해서 추억을 만들고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가 계속해서 진행된다. 루이자가 일자리에서 짤려도 그 자리는 다시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이젠 없을 것 같은 인연이 계속되고 사랑도 다시 찾게 된다. 결국 남아있는 자는 뭐든 다시금 하게 되어있다. 그러니 슬픔과 좌절 속에 자신의 시간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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