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법 인권 침해 요소 시정한 개정안 마련해야
DNA법 인권 침해 요소 시정한 개정안 마련해야
  • 정예슬 수습기자
  • 승인 2019.09.30 00:00
  • 호수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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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손꼽히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DNA 분석 기법을 통해 확인됐다. DNA 분석 기법은 범죄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물에서 DNA를 검출해 ‘수형자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이하 DB)’에 있는 강력 범죄자의 DNA와 대조하는 수사법으로 용의자 검거에 기여한다.

  DB에 보관된 강력 범죄자의 DNA는 2010년 7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DNA법)’에 근거해 △살인 △강도 △성범죄 등 11개 강력 범죄에 한해 피의자로부터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또한 청주 처제 살인 사건으로 수감 중인 강력 범죄자 이춘재 씨의 DNA와 일치해 용의자 특정이 가능했다.

  DNA법은 법적으로 DNA 채취를 허용함으로써 강력 범죄 해결에 기여하지만, 채취 허용 범위가 과도하게 넓다는 이유로 시민 단체로부터 끊임없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DNA법 제5조에 따르면 11개 강력 범죄 피의자의 DNA 감식 시료 채취를 허용한다. 시민 단체는 주거 침입, 권리 행사 방해죄 등이 11개 강력 범죄에 포함된다는 것을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전자·반도체기업 KEC 노동자들은 검찰로부터 DNA 채취에 응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사측 직장 폐쇄와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을 점거해 주거 침입죄로 집행 유예를 받았기 때문이다. KEC 노동자들은 DNA 채취 통지에 응하지 않았지만, 이후 영장을 발부하겠다는 검찰의 통지로 채취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는 DNA 채취를 실시했던 쌍용차 해고노동자, 용산 재개발 구역 철거민에 이은 대표적인 DNA법 악용 사례다.

  DNA법은 강력 범죄자 신속 검거와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노동조합 등 사회단체에 대해 DNA 채취를 시도하는 것은 제정 취지에 어긋나며 사회 운동을 탄압하는 행위와 같다. 헌법재판소가 DNA법 제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도 이와 같으며, 국회는 올해 안으로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사항을 개정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DNA법 개정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개정안 마련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제출된 DNA법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DNA법의 인권 침해 요소를 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정에 앞서 개정안의 부재가 계속된다면 법적 공백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DNA 분석 기법이 미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만큼 또 다른 장기 미제 사건의 해결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고 해서 범죄 발생에도 공백이 존재할 수는 없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발전 또한 그와 함께 발맞춰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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