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전거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균형 잡기였다. 핸들을 요리조리, 몸을 기울이며 균형을 맞췄어야 했다. 그런데 조금 익숙해지면 균형 잡기가 쉬워진다. 그저 페달을 원하는 만큼 굴리면 된다. 우리가 균형 잡기의 달인이 된 것이기 때문일까? 사실은 돌아가는 바퀴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돌아가는 바퀴에 대해 알아보자. 

  <사진1>처럼 자전거 바퀴를 돌리지 않고 한쪽 축을 손에 올려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사진2>처럼 바퀴가 빠르게 돌아가는 상태라면 떨어지지 않고 손바닥 위에 한쪽 축이 놓여져 있다. 사진이 조작이라고 의심 가는 분들은 언제든지 형남공학관 05B121호 송기영 교수실로 오면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떤 축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물체는 자세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자이로(Gyro) 원리’라고 하는데, 어릴 때 유원지에서 팔던 자이로팽이의 그 ‘자이로’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자전거 바퀴, 팽이와 같이 빠르게 회전하는 모든 것들은 쓰러지지 않고 신기하게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가 회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 비틀비틀하며 쓰러졌다.

  이처럼 자이로 효과는 회전하는 물체가 빠르면 빠를수록, 또는 무겁거나 크기가 클수록 자세를 유지하는 성질을 강하게 낸다. 그러니 우리가 타던 자전거는 실제로는 우리 몸이 균형을 잘 잡고 있던 것이 아니라 회전하던 바퀴가 쓰러지지 않게 자세를 잡고 있던 물리 현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두 손 놓고 자전거를 폼 나게 타던 사람들은 결코 천천히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땅이 없어도 균형을 잘 잡는 배와 우주선
  딱딱한 땅 위에서 균형을 잡고 서 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서는 쉽지 않다. 흔들리는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원리가 자이로 효과이다. 배 안에 무겁거나 큰 원판을 빠르게 회전시켜 놓으면 배가 흔들릴 때 회전 원판은 흔들리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원판과 연결된 배 또한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장치를 자이로 안정기(Gyro-stabilizer)라고 하는데 선박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에도 설치되어 있다. 최근 개발된 무인 오토바이도 이와 같은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천천히 움직이거나 심지어 서 있을 때도 쓰러지지 않고 자세를 유지한다.

  인생이라는 자전거
  인생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힘들고 지칠 때 쓰러질 듯 말 듯 한 자전거 타기. 나 또한 힘들고 지쳐 모두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때 존경하던 어느 교수님께서 내게 이런 말로 격려를 해주셨다. ‘사는 게 자전거 타기와 같아요. 조금이라도 페달을 굴리고 있어야 쓰러지지 않을 수 있어요. 빨리 가지 않아도 되니 일단 천천히 페달을 밟읍시다.’ 그 말에 용기를 낸 덕분에 지금까지 열 번 넘게 썼던 사직서는 고스란히 내 서랍에 있다(그런데 정작 그 교수님은 학교를 때려 치셨다).  혹시 지금 힘들고 지쳐 그만두고 싶다면, 그분의 말씀처럼 그리고 내가 했던 것처럼 조금이라도 페달을 밟아 보자. 페달을 밟을 힘조차 없으면 약간의 내리막길로 가도 좋다. 이 글을 읽는 내 후배들의 삶이 열심히 페달을 밟아 오르는게 전부가 아니라 내리막길도 즐길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삶이라는 자전거는 어찌 되었든 바퀴만 돌아가면 쓰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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