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실효성 논란 일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실효성 논란 일어
  • 박현철 기자
  • 승인 2019.10.07 01:08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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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6일(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 근로기준법(이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신고 건수는 높은 반면 처벌 규정이 미비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할 경우 사용자는 가해 근로자에게 징계 및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가 신고를 무시할 경우 피해자는 고용노동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을 준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한 달 동안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신고는 총 379건으로, 근무일 기준 하루 평균 16.5건에 해당한다. 유형별로 가장 많은 직장인이 겪은 괴롭힘은 152건(40.1%)으로 집계된 폭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으로는 △부당업무 지시(28.2%) △험담·따돌림(11.9%) △업무 미부여(3.4%)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는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에게서 접수된 신고가 159건(42.0%)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이 102건(26.9%)으로 뒤를 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체계적인 인사 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구성원이 많은 대규모 기업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신고 건수는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금) 노동부는 MBC 아나운서 7명이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 진행한 신고에 대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지난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아 지난 3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5월 이를 인정해 복직 판결했다. 그러나 MBC 측은 업무 공간을 격리하고, 제대로 된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에 아나운서들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노사가 대화로 해결할 문제”라고 결론 내렸다. 고용노동부는 신고 이후 권고에 따라 사측이 시정한 것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건의 조사와 해결을 전적으로 조직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따르면, 신고 후 즉각적인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 기업 차원에서 사내 취업 규칙에 정해진 대로 가해자를 징계하도록 돼 있다. 형사 처벌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업주에게만 내려진다. 고용노동부는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사업장에 직장 내 괴롭힘을 처리하는 규정이 있는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취업 규칙은 사용자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규율과 임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한 규칙으로, 회사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다. 

  취업 규칙에 명시된 처분 규정이 없다면 사용자가 괴롭힘 사건을 방치해도 문제 삼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회사 내 최고 결정권자인 사장의 괴롭힘 행위의 경우 신고 후 가해자가 스스로 본인에게 제재를 가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대표이사가 가해자일 때는 최소한의 과태료 부과 등 벌칙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폭행, 추행 등 범죄만 형사법으로 처벌이 가능할 뿐 그보다 수위가 낮은 △강요 △따돌림 △차별 등 괴롭힘은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는 점도 문제시 되고 있다. 피해자는 회사 대표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괴롭힘 신고 방법으로 노동조합이나 인사팀 활용이 있지만, 이 같은 전달 수단이 없는 회사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이에 따라 법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권혁 교수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인격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법률의 의미가 크다”면서도 “시행령 개정,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법 적용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김경선 기획조정실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따라서 다양한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며 “현장의 이해를 돕고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향후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사례, 시정 조치 내용 등도 소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를 위해 민간 상담 센터와 연계한 전문 상담 기능 확충, 상호존중적 직장문화 캠페인 등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교에서도 이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따라 지난 6월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총무인사팀 이주연 과장은 “현재까지는 고용노동부에서 나오는 매뉴얼에 따라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며 “이후 세부적인 부분은 노사 합의를 통해 만들어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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