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수)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교육 분야에서 26건의 규제 개선 건의 과제와 12건의 행정 규칙 규제 등 총 38건의 기존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는 ‘규제 정부 입증책임제’를 운영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교육 유관단체, 시·도교육청 등에서 받은 총 224건의 규제 개선 건의 과제를 심의한 결과이다. 규제 정부 입증책임제란 규제 존치 필요성을 정부가 입증하는 규제 정비 방식으로, 정부가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폐지된다.

  이번 교육부의 고등교육 분야 규제 완화 조치는 대학혁신지원방안의 일환으로 대학 현장의 규제 부담을 완화해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교육부는 올해 고등교육 분야를 규제 개선 중점 분야로 설정하여 적극적으로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하반기에도 고등교육 분야의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지속적 개선을 추진해 대학의 자율혁신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교육부가 고등교육 분야 규제 개선을 추진하며 대학들의 자율성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 개선 조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에서 정리한 올해 개선되는 주요 사항은 △대학원 원격수업 학점 이수 확대 △대학 일부학과 해외 이전(캠퍼스) 및 해외캠퍼스 학생 증원 허용 △대학 교원의 자격인정 시 산업체 경력 인정 요건 완화 △국립대학 처·실 설치·운영 자율화 △대학 단일교지 인정 범위 확대 △기준 초과 수익용 기본재산의 교육 목적 활용 허용 △경영·금융·물류전문대학원 신설 기준 완화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당구장 및 만화대여업 설치규제 완화 등이 있다.

 

  국내 대학, 해외캠퍼스 설립 가능해져

  먼저 고등교육기관의 해외 진출 설립인가 규제가 완화됐다. 이에 따라 국내 대학이 해외에 캠퍼스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대학은 해외에 진출해 캠퍼스를 세울 수 없다. 고등교육기관이 해외캠퍼스를 설립할 근거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규제 개선으로 대학의 일부 학과 해외 이전을 허용하고 해외캠퍼스 설립 시 국내캠퍼스와 무관하게 학과 개설과 정원 증원을 허용할 방침이다.

  캠퍼스는 본교의 일부 학과가 위치를 변경한 개념으로, 분교와 달리 본교에 종속된다. 현재 성균관대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와 자연과학캠퍼스의 위치를 분리한 이원 캠퍼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세대와 한양대 등이 분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캠퍼스 학생과 해외캠퍼스 학생의 균형성 유지를 위해 해외캠퍼스 구축 재원에 국내 대학의 등록금 회계 사용은 금지된다.

  교육부는 “그간 대학의 해외 진출 제도가 미비해 대학 등 운영의 자율성이 저하된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 개선이 이뤄지며 국내 대학의 신남방·신북방을 비롯한 여러 해외 진출 촉진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한국의 대학 교육을 신남방 지역에 수출하면 국내외 교류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교육부의 규제 개선 조치에 발 빠르게 해외캠퍼스 설립 계획을 밝힌 대학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립대는 지난달 19일(목) 몽골에 글로벌 캠퍼스 설립 추진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부천대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에 3개 학과 해외캠퍼스 설치를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이달부터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 법령 개정은 내년 중으로 계획돼있다. 교육부 규제완화위원회 김학만 위원장은 “국내캠퍼스와 차별적으로 해외캠퍼스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해외 교육 수출을 통한 국익 도모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국내 대학의 활로 모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건물 설립도 가능해져

  대학의 분리된 교지에 대한 규제도 완화됐다. 이로써 교지의 인정 범위가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교지란 학교가 자리하는 땅을 의미한다.

  ‘대학 설립·운영규정’ 상 대학 캠퍼스가 위치한 곳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를 벗어날 경우 단일 교지로 인정되지 않아 한 캠퍼스로 운영할 수 없다. 기존에는 단일 캠퍼스로 운영할 수 있는 거리 기준이 교지 간 2km 이내였다. 그러나 대학들은 강의동 등을 증설해야 할 경우 2km 이내에서 학생 정원을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교지를 찾기 어려웠고, 결국 지방캠퍼스를 운영해왔다. 

  이에 교육부는 이번 규제 개선을 통해 기존 2km 이내에서 교지 확장이 어려운 대학의 경우 동일 기초자치단체 내에 있거나 20km 이내 수준으로 분리된 경우 단일한 교지로 인정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대학들이 캠퍼스와 20㎞ 떨어진 곳에도 기숙사나 강의·연구동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교육과 연구 공간 부족으로 새로운 교지 확보 필요성이 있다고 대학설립심사위원회에서 인정한 경우에도 단일 교지로 인정된다. 김 위원장은 “전공 간 융합, 이론과 실습 통합 등 커리큘럼 다양화, 교육 수혜자 수업 선택권 확대 등 시대적 상황에 맞춰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직적인 교지 범위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준 초과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용

  대학의 재산 관리 관련 규제도 완화됐다. 교육부는 이번 완화로 대학들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기준보다 초과하는 사립대학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교육 및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돈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처분할 수 있게 됐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 중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산이다. 학교법인은 연간 학교 운영비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수익용 기본재산을 매각하거나 용도 변경을 위해서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운영되고 있으며, 기준을 초과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이라도 대체할 재산의 취득 없이는 관할청의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처분이 불가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 사회 변화의 원인으로 대학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난항을 겪어왔다. 

  그러나 교육 및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돈으로 사용하는 조건에 한해, 대학들은 별도 대체 재산 취득 없이도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사립대학의 사용 불가능한 고정자산의 폐기 행정 절차도 간소화됐다. 기존에는 사립대학의 사용 불가능한 고정자산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 폐기됐다. 하지만 △책상 △의자 △컴퓨터 등 행정 물품 및 오래된 도서 등의 폐기가 필요할 때마다 이사회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로 학교의 사용 불가능한 고정자산의 폐기 권한을 학교장에게 위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사립대학은 고정자산 폐기 행정 절차 간소화 및 업무 효율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대학원 원격수업 이수 학점 확대

  대학원 원격수업 허용 기준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대학 또는 대학원의 원격수업 교과목 수는 학기별로 각 학과 개설 총 학점의 20% 이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학부 과정에서는 원격수업을 통해 이수 가능 학점의 제한이 없는 것과 달리 석·박사 과정은 학위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원격수업을 통해 이수 가능한 학점이 학위취득에 필요한 학점의 20% 이내로 제한된다. 

  교육부는 이번 규제 완화 조치로 석·박사학위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학원 원격수업 이수 가능 학점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적정한 원격수업 수준은 정책연구와 의견수렴 등을 통해 결정 예정이다. 교육부는 교수학습 방법의 다양화‧자율화 및 원격수업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을 기대했다.

 

  산업체 우수 인력의 교직 인력 전환 확대

  산학협력중점교수의 인정기준도 완화됐다. 산학협력중점교수란 대학에서 기업체 근무 경험을 가진 교수이며, 산학협력 증진을 위해 △교육 △연구 △창업·취업 지원 △정책 및 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 산학협력이 활성화되고 대학생들의 취·창업이 강조되면서, 산업체 경력 보유 교수 임용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대학 교원 자격 인정 기준에서 산업체 경력의 경우 △공업 △기타 제조업 △광업 △운송업 △건설업종 연구실적이 인정되고 이외 업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창업 △미용 △조리 등 1인 기업 전문가의 교원 임용과 다양한 산업구조에 걸맞은 현장 교육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제한 없이 산업체 경력을 다양하게 인정될 수 있도록 대학 교원 자격인정 기준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우수 인력 양성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항목 완화돼

  이외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규제 개선이 이뤄졌다. △국립대학 처·실 설치·운영 자율화 △경영·금융·물류전문대학원 신설 기준 완화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당구장 및 만화대여업 설치규제 완화 등이 있다. 

  국립대학 처·실 설치·운영 자율화는 기존에는 국립대학 하부 조직 설치 범위를 국립학교 설치령에 명시해 3개에서 5개의 부서로 제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해당 조항이 조직 운영의 자율성 및 유연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규제 개선으로 국립대학이 하부 조직 설치 등 관련 세부사항을 각 대학의 자율적인 학칙으로 규정하도록 개정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대학 조직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미래사회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경영·금융·물류전문대학원 신설 기준 완화는 경영·금융·물류전문대학원이 기타 전문대학원 신설과 비교하여 강화된 신설 기준이 적용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을 신설할 경우 법정요건 준수 여부를 교육부와 사전에 협의해 신설하지만, 경영・금융・물류전문대학원은 석사과정의 경우에도 신설을 위해 교육부의 사전심사를 받아야 했다. 따라서 경영·금융·물류전문대학원을 타 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설치 신청 시 동일하게 사전협의 대상으로 완화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교육부는 석사과정 신설 요건 완화로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전문 인력 양성 체제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우려점도 있어

  이 같은 규제 개선·완화가 사립대의 부동산 투기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는 지난달 25일(수) 교육부가 대학 일부 학과 해외 이전(캠퍼스) 및 해외캠퍼스 학생 증원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교육부는 대학 학과 이전이나 해외캠퍼스 설립 시 발생하는 비용을 교비회계 중 등록금회계 사용은 금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등록금회계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한다. 이에 대교연은 “교육부가 비등록금회계에서 대학 학과 이전이나 해외캠퍼스 설립 시 발생하는 비용 지출을 허용할 경우, 교육부 감사 대상인 국고 보조금을 직접 사용하기는 어렵더라도 법인 전입금이나 기부금, 적립금 등은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대학 회계는 크게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로 구분되고, 교비회계는 다시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로 구분된다. 등록금회계는 등록금 수입으로 편성되는 예산이며 일부 예외적 수입이 포함된다. 반면 비등록금회계는 등록금 수입을 제외한 모든 수입을 재원으로 하며 등록금 외에 △법인 전입금 △국고 보조금 △기부금 △적립금 등이 포함된다. 이어 대교연은 “대학들이 이런 예산을 해외캠퍼스 마련에 사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대학 구성원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산 도피 수단으로 해외캠퍼스 신설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대교연은 “대학 규제 개선은 어떤 경우라도 대학의 본질인 교육과 연구 활동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아무리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해도 대학구성원에게 피해를 주고 해외 재산 도피 우려가 있는 방안을 정부가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사립학교개혁과 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도 이번 규제와 관련해 “전반적인 규제 완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또 다른 사학 비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라고 논평하며 재단 비리 방지 대책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교육부는 정책 연구를 시행하고 연내 하반기 관련 기관 의견수렴을 거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정책 연구와 관계기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내년 7월 ‘대학 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김천홍 정책기획관은 “규제완화위원회가 제시한 이번 개선과제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도 불필요한 규제를 지속해서 발굴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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