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떨고 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불안감에 떨기도 하고 소개팅을 앞두고 설렘에 떨기도 한다. 떨림은 사람만이 가진 것이 아니다. 기계나 건축물과 같이 사람이 만든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어떤 것은 사람이 느낄 때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사람이 못 느낄 때도 있다. 긴장된 우리의 감정이 너무 떨리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표현하듯, 기계나 구조물도 너무 떨면 진짜 터지거나 큰 사고로 이어질 때가 있다. 이번에는 그 떨림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각자가 가진 떨림-고유진동수
  모든 기계는 떨고 있다. 반복적으로 이렇게 떠는 것을 진동이라고 부르는데 간단히 그네를 보자. 그네를 타고 가만히 있으면 좌우로 흔들거리는데 발을 굴러 그네를 높이 타든지 아니면 낮게 타든지 한 번 그네가 왕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정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같은 시간 동안 그네가 흔들리는 횟수는 일정한데 이것을 그 기계나 구조물의 고유진동수라고 한다. 그네를 더 높게 올리는 방법은 누가 뒤에서 그네가 왕복하는 속도로 한 번씩 밀어주면 된다. 이 타이밍이 잘 맞으면 그네를 하늘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공진의 악몽

그림 타코마 해협 다리의 진동.
<그림> 타코마 해협 다리의 진동.

  1940년 11월 미국의 타코마 해협 다리가 붕괴된 사고가 있었다. 풍속 150km/h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다리가 완공된 지 4개월 만에 풍속 19km/h에 무너진 사고였다. 다리 옆에서 부는 바람이 다리를 통과하면서 소용돌이를 만들었는데, <그림>처럼 소용돌이의 반복 횟수가 시간당 다리가 흔들리는 횟수와 같아지면서 그네를 계속해서 밀 듯 다리를 한없이 흔들리게 하였다. 그로 인하여 결국 다리가 무너졌다.

  이렇게 자신이 일정하게 진동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같은 진동으로 반복적인 힘이 가해져 무너지는 현상을 공진(resonance, 共振)이라고 한다. 이런 공진은 물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97년 12월 16일 일본에서 방영된 만화 ‘포켓몬스터’에서 피카츄가 1초에 12회 반짝거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본 일본 전역에서 770명이 발작을 일으켰다. 1초에 12회 반짝거림이 시신경을 통해 뇌에 신경 공진 현상을 일으킨 것이 원인이었다.

  감정의 공진
  기계 구조물의 공진은 힘의 증폭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이 파괴 사고로 이어진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감정의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잊고 싶은 실패의 경험, 열심히 해도 안되는 버거운 현실. 이런 것들을 사려 깊지 못한 상대방이 무심코 긁어대면 우리는 심한 욕설을 들었을 때 보다 더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런 말들이 계속 내 머릿속과 마음에 맴돌며 내 감정을 괴롭힐 때 ‘멘탈붕괴’가 일어난다.

  기계는 공진 사고를 막기 위해서 진동 흡수 장치(댐퍼, damper)를 장착한다. 우리도 마음에 공진이 일어날 때 기계처럼 그 장치를 하나씩 장착해보자. 친구의 공감과 격려, 사랑은 훌륭한 마음의 댐퍼이다. 혹시 그런 댐퍼를 구하기 힘들다면 언제든지 형남공학관 05B121호 송기영 교수실로 오라. 그곳에는 각종 기계 댐퍼 뿐만 아니라 우리 후배들을 위한 마음의 댐퍼가 준비되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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