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화)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시작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전면 실태조사의 엄정한 추진을 강조하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같은 달 25일(금)에 진행된 교육개혁장관회의에서 대입 정시 비율 확대를 확정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정시 비율 확대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월)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입 정시 확대 찬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3.3%로 가장 많았다. 한편 ‘반대한다’는 응답은 22.3%였고 ‘모름 및 무응답’은 14.4%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연설 이후 몇몇 교육단체에서는 정시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지난달 31일(목)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이하 전진협)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이하 진진협)는 교사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정시 확대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60%가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전진협과 진진협은 “정시 확대는 교육적 가치보다는 여론만 추종하는 우매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시 확대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제시한 정시 확대가 대입 절차 공정성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종’ 공정성 논란 일어도 부정 적발 어려워

  학종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법무부 조국 전 장관 자녀의 대학 입학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나타났다. 조 전 장관의 부인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가 자녀의 대학 입학을 위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학종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제기돼 왔다. 지난달 17일(목) 교육부가 미성년 공저자 논문과 관련해 7개 대학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15건의 부정이 적발됐다. △경상대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총 5개 대학에서 교수의 미성년 자녀들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를 대학 입시에 활용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교육부 유은혜 장관은 “교수 자녀의 논문 공저자 등재와 대학 입시 활용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활용해 자녀의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종 평가를 대학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해 이런 부정이 있어도 적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제3자가 고발하지 않으면 대학 내 자체적인 부정 적발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별 학종 부정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198개 대학에서 적발된 학종 부정은 6개 대학에서 9건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건수 9건 중 6건은 외부 기관의 조사 및 제보로 밝혀진 것이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적발한 건은 3건에 불과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부정을 걸러낼 능력이 없다면 비슷한 문제가 또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 어떻게 도입됐나?

  1997년 이전 대입에서는 수능 성적과 대학별 고사를 통한 신입생 선발로 인해 ‘성적 중심의 선발’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전형을 만들어 신입생의 1.4%를 수능 전에 선발하도록 한 것이 수시의 시작이다. 이후 2002년에는 본격적으로 성적 중심의 선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입 제도에서 수시 제도가 활성화됐다. 당시 모집시기별 선발 비중은 수시 28.8%, 정시 71.2%를 기록했다. 이때까지는 수능 위주의 획일적인 선발 방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입학사정관을 양성해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다. 이후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 및 교내 교외 활동을 모두 반영해 외부 스펙 경쟁을 유발한다는 평가를 받아 2013년부터 학종으로 전환해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등 주로 교내 활동 자료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2002년도부터 증가한 수시 비율은 2020년 전국 평균으로 77.3%에 이르렀다. 유웨이중앙교육평가 연구소 이만기 소장은 이러한 수시 비율 증가에 대해 “대학 입장에서 볼 때 수시는 우수 학생을 먼저 선발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 비중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도입 이후부터 차츰 늘리다 보니 공교롭게도 수시 도입 10년 차쯤 됐을 때 수시 비중이 역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학종이 21세기 다양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은 100% 공감하지만, 과정과 방법이 공정한 것은 명확한 답이 없다”며 “한쪽으로 치우친 현 수시 제도에서 가장 공정한 것은 정시 선발 인원을 늘리자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해결책은 ‘정시 확대’?

  수시 공정성 논란이 일자 대입에서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유 장관은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상실감과 좌절감에 깊이 공감했다”며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영향을 크게 준다고 평가되는 부분에 대해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 장관은 소재 대학들의 정시 위주 전형 비율을 상향 조정할 것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수치는 이달 내로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학부모 및 교육단체 등의 이해당사자들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학부모 중심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정시 확대를 옹호했다. “조 전 장관 자녀의 대입 특혜 논란을 거치며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불공정한 수시 제도에 분노했고, 공정한 정시 비율을 확대하라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며 “수시 폐단이 심각한 점을 고려해 정부에서 정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수시의 불공정성을 언급하며 대안으로 정시 확대를 주장했다. 지난달 22일(화) 나 의원은 “정시 비율을 50% 이상 확대해 대학 입시의 불공정성을 완화하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당론으로 추진됐다”며 “수시에 있을 공정성 담보에 대해서도 앞으로 추가적인 법안 제출을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상대적으로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확대해 새로운 대입 전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시 확대가 대입 제도 공정성 문제의 해결책으로 적절치 않다며 반발에 나섰다. 지난달 25일(금) 진행됐던 교육개혁장관회의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교육단체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전교조에서는 정시 확대는 교육 전문가로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힘써온 교사들과 교육 단체들의 의견을 배제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경쟁교육과 수직적 고교체제, 대학 서열화가 공고한 상황에서 정시 확대는 오히려 이를 옹호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 시도교육협의회장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정부 정시 확대 방침에 문제 파악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대입 공정성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학종 비교과 부분인데 이 영역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정보력 차이가 작용한다”며 “정시 비율 확대는 대다수 학생에게 불공정성을 더욱 강화하는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시모집 확대는 특정 지역과 특정 유형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유리한 조치”라 덧붙였다. 

  대입 제도 변경보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찬승 대표는 “학교 교육 정상화 대신 대입제도 변경에만 초점을 두는 정부의 논의는 국가교육을 ‘누구를 어느 대학에 보내는가’를 결정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토론 수업과 서술형 평가를 늘리는 방식 등으로 학교 교육을 먼저 바꾸는 게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선 현행 수능이나 내신 같은 고부담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꿔 자격 고사에 가깝도록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입시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교육단체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전교조는 정시확대 반대를 주장했다. 자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난달 28일(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입시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교육단체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전교조는 정시확대 반대를 주장했다. 자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외국대학 평가 기준은? 우리나라에 적용하자는 주장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36개국 중 노르웨이와 캐나다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는 표준화된 대입 시험이 있으며, 국가 표준 대입 시험이 없는 국가는 별도의 시험 없이 고교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나라의 수능을 포함해 미국의 SAT과 ACT, 일본의 센터시험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다형으로 시험 문제가 출제되지만, 회원국 중 대부분이 대입 시험을 논술형으로 치른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호주 △스페인 △덴마크 등이 이에 속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논술형 시험인 ‘바칼로레아’가 있다. 바칼로레아는 고교 졸업과 대입 자격을 결정짓는 시험이다. 프랑스 교육부와 지방 교육 행정조직이 함께 주관하며, 채점은 현직 교사들이 맡는다. 단발성 시험인 수능과 달리 두 번에 걸쳐 실시된다. 모든 과목이 논술로만 치러지는 것은 아니다. 어학은 말하기와 지필고사 형태이며 일부 과목은 실기시험을 보기도 한다. 논술시험은 주어진 주제 중 하나를 골라 작문하는 형태와 글을 분석하는 형태로 나눠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원국 다수가 시행하고 있는 논술형 시험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화)에 열린 ‘정시 확대 왜 필요한가?’ 정책토론회에서 이범 교육평론가는 수능을 논술형 시험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이 평론가는 “창의력으로 대표되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나 특정한 결론을 유도하는 이유를 묻는 논증 능력을 오지선다 시험인 수능으로는 알아보기 불가능하다”며 “OECD 국가 다수가 입시를 논술형으로 치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프랑스의 경우, 대학이 평준화돼 있기 때문에 세밀하게 학생들을 변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대입 시험은 변별력보다 대입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점을 둔 국가 표준화 시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수능의 변별력이 대학 입학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진학사 입시분석가 김희동 실장은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성적이 잘 나와도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어 대부분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주요 대학들의 수시모집에는 7만에서 8만 명의 수험생들이 지원한다”며 “수능 응시 인원이 한해 70만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약 10%가 한 대학에 쏠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해 수능에 서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신여대 교육학과 김경회 교수는 대입 전형에 대해 “대학이 결과를 신뢰하고 학생을 선별할 수 있도록 수능의 변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과 입시구조가 유사한 일본도 최근 대입 시험에 주관식 문항을 추가하기로 했다”며 “국가 단위의 대입 시험이 주입식 교육으로 회귀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우리도 서술형 문항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입제도 검토 중

  교육부에서는 이번 달 셋째 주 안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방안’과 더불어 정시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28년도부터 적용될 중장기 대입 개편안의 일환으로 수능에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현행 객관식·단답형 문항만으로는 ‘수학능력 검증’이라는 시험의 본래 목적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수능에 서술형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대입제도의 공정함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번 달 안으로 발표되는 대입제도 공정성 방안이 어떻게 결정될지에 따라 교육제도의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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