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대한민국,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 민병헌 기자
  • 승인 2019.11.04 01:02
  • 호수 1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지난달 25일(금) 세계무역기구(이하 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전국의 농민단체들은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통해 정부의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기획재정부 홍남기 장관은 “최근 WTO 내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우리의 개발도상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와 브라질 등 다수의 국가가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미국이 제시한 개발도상국 지위 제외 조건은 △현행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회원국 및 가입 절차를 시작한 국가 △현행 G20 국가 △세계은행 분류상 고소득 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 총소득 1만 2천 56달러 이상)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다. 해당 기준을 적용할 경우 WTO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은 개발도상국 중 대한민국을 포함한 35개국이 제외되며,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4개 기준 모두를 충족한다.

  또한 지난 7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90일 내 이 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해당 국가에 대한 개발도상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는 각국이 스스로 개발도상국이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 당시 개발도상국임을 주장했으나, 1996년 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에서만 한정적으로 관세와 보조금 등에서 혜택을 누려왔으며, 현재 513%의 관세율과 1조 4천 900억 원에 달하는 농업보조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이러한 혜택이 사라질 예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조금 규모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8천 195억 원으로 축소되고, 관세율 또한 513%에서 154%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확정 전, 전국의 농민단체들은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정부를 규탄했다.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는 “정부의 2020년 예산안에는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이후의 대책이 있지 않다”며 “이는 정부가 즉흥적이고 계획 없이 결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달 22일(화) 농민단체는 정부 측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 설치 △농업예산 증액 △취약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공익형 직불제 도입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에 홍 장관은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는 개발도상국 특혜를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이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미래 협상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작물·가격 상관없이 면적당 일정액 지급)’를 도입하고, 국회에서 진행될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농업 예산 증액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김용범 제1차관은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의 전환을 전제로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8천억 원 늘려 2조 2천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다”며 “앞으로도 재정 여건을 보며 농업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지난달 29일(화) 이낙연 국무총리는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농업인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체제를 가동하며 현장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미국이 제시한 개발도상국 지위 제외 국가에 해당하는 국가 중 △대만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 반면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중국 상무부 가오펑 대변인은 “중국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개발도상국”이라며 “WTO 내에서 우리의 경제 발전 상황과 능력에 상응하는 의무를 다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