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을 맞아 대학들이 분주하다. 본교도 지난달 한 학부가 수시연기 1단계 고사를 치른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었다. 지난 9월 정시를 확대하라는 정부의 지침으로 비롯된 입시 방식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온라인 공간에서 대입방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입제도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 작년 7월에 정부 주도로 대학입시제도 관련 숙의토론회를 진행했으며 수백 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심도 있게 논의를 했지만 정시와 수시에 대한 찬성률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설 정도로 정시와 수시 중 어느 것이 옳거나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낼 수 없다. 따라서 교육부가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던 찬반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시-수시 선발 방식에 대한 논쟁의 이면에는 학종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데 공정함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공정이나 불평등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로 포장된 구호 뒤에 계층 간의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들이 공정하다고 믿는 수능 역시 부모 소득이 높고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유리하기에 오히려 더 불공정하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수능 정시를 분명히 선호하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이해도가 낮고 분명한 선호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실제 상층에 속하는 학부모들이 정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속내에는 가진 자들이 좀 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안정된 삶이 보장된다면 온 나라가 제도 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가능한 많은 학생들에게 공정한 혹은 동등한 기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공정이란 말 자체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기계적인 공정만을 외치다보면 개개인마다 다른 삶의 격차를 외면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불공정한 경쟁을 보지 못하게 되어 결국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거듭할 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 지적처럼 교육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교육철학에 대한 근본적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실력이 없어도 부모의 힘으로 좋은 학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정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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