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수) 미국 법무부는 지난 2년간 해외 31개국과 공조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경찰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 운영자 손 씨는 지난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그러나 아동음란물에 대한 국내 처벌이 해외 처벌에 비해 과도하게 가볍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015년 개설된 웰컴 투 비디오는 전세계 32개국, 총 128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아동음란물 사이트 중 하나다. 10대 청소년 혹은 영유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음란물은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을 통해 유통됐다. 또한, 아동음란물을 게재한 회원에게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기도 했다. 손 씨는 사이트에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기존 영상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영상을 게시하는 회원에게만 포인트를 지급했다. 손 씨가 사이트 운영을 통해 거둔 수익은 4억 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경찰청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 32개국 수사 기관은 지난 2017년부터 해당 사이트 이용자들에 대해 아동음란물 유통·소지 혐의 수사를 진행해왔으며, 최종 310명의 이용자를 검거했다. 그중 한국인 이용자는 223명에 달한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는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어 익명성이 보장되고 IP주소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된 ‘다크웹’ 사이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크웹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철저한 익명화와 암호화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거래되며 인터넷 활동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경찰청은 그동안 각 국가에서 진행 중이던 아동음란물 이용자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홈페이지 개편 중’이라는 문구를 게시하고, 사이트가 동작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법무부의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경찰청은 “사이트 접속 화면에 ‘한·미·영 등 법집행기관들의 공조수사에 의해 폐쇄되었다’는 내용의 폐쇄 안내문을 표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범죄 사실이 확정된 경우에도 수사 기관과 사법부에서 외부에 실명을 공개하지 않으면 범죄자의 실명을 공개할 수 없으며, 실명을 공개할 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손 씨에 대한 처벌이 지난해 이뤄졌음에도 그동안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17일(목) 미국 법무부가 손 씨를 비롯한 피의자들의 실명과 함께 최종 수사 결과를 공개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최근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가 주목받아 손 씨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손 씨가 아청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처벌이 해외에 비해 가볍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경우, 미국은 5년에서 20년의 징역, 영국은 26주에서 3년의 구금에 처한다.

  웰컴 투 비디오에서 아동음란물을 소지하거나 배포한 피의자들 또한 중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사이트 회원인 미국 남성 제임스 다오생과 마이클 암스트롱은 아동포르노 소지로 각각 징역 97개월 및 보호 관찰 20년, 징역 5년 및 보호 관찰 5년을 선고받았다. 영국 남성 카일 폭스는 아동 성폭행 및 음란물 배포 혐의로 징역 22년 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손 씨의 처벌은 징역 1년 6개월로 아동음란물 제작 혐의 국내 처벌의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청법에 따르면 아동음란물 제작에 대한 국내 처벌 기준은 무기징역 이하에서 5년 이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재판부는 손 씨가 △범행을 자백한 점 △어려운 성장 과정을 보낸 점 △부양가족이 생긴 점 등을 정상 참작해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임에도 불구하고 손 씨의 형을 감형했다. 아동음란물 소지죄에 대한 처벌 또한 최대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규정돼있어 해외에 비해 미약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 이용자들은 150만 원에서 1천만 원 사이의 벌금형을 받음으로써 이 역시 국내 처벌의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2일(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 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미국에서는 사이트 이용자가 15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한국에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고작 1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며, 운영자·이용자의 신상 공개와 합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일로부터 하루만에 10만 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얻었고, 지난 1일(금)을 기준으로 27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웰컴 투 비디오 사건에 대한 잇따르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지난달 30일(수) 국회에서 ‘아동성착취 사이트 다크웹 문제와 대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박찬미 활동가는 “그동안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고발한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와 유포자 186명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1명뿐”이라며 “정부의 직무유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아동음란물 소지·유포자에게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등이 자주 나오니 경각심이 없다”며 법정형 내 실형 선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미국 당국은 손 씨의 죄질이 엄중하다는 판단하에 강제 소환을 요청했다. 미국 법무부가 공식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기소장에는 아동음란물 배포,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묘사 등 손 씨의 범행 항목이 기재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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