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삶
관성-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삶
  • 송기영 교수 (기계공학부)
  • 승인 2019.11.04 01:01
  • 호수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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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차량에 따른 안전거리
<그림> 차량에 따른 안전거리

  요즘 들어 눈에 띄는 뉴스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대형 화물차량의 추돌사고이다. 대형차가 급정거하지 못하고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로 인하여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이는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한다는 ‘뉴턴의 운동 제1법칙-관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번에는 이 ‘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멈추기 힘든 관성

  관성은 무게가 무겁거나 속도가 빠르면 그 성향이 더 큰데, 이를 ‘관성이 크다’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기차가 아무리 천천히 움직여도 바로 세우기는 어렵다. 또한, 날아가는 총알이 아무리 가볍더라도 바로 세우기는 어렵다. 더욱이 도로 위의 트럭이나 버스와 같이 무겁고 빠른 물체는 더욱 정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림>처럼 정지하기 위해서는 승용차보다 더 많은 거리가 필요하다.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대형차량 앞에 여유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끼어드는 차량을 종종 본다. 그러나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움직이기 힘든 관성

  아이러니하게도 움직이지 않는 것도 관성을 가지고 있다. ‘멈춰있는 물체는 계속 멈춰있으려 한다’는 것이 관성의 또 다른 내용이다. 이 또한 무게가 무거울수록 그 성질이 크다. 서 있는 승용차를 밀어 이동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무거운 트럭의 경우 승용차와는 다르게 밀어서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큰 트럭을 밀어 움직일 때는 승용차를 밀 때와는 다르게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성은 물리 현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도 발견된다. 작년 이맘때쯤, 실습 수업시간에 우리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지장을 주는 실습실 설비가 고장난 적이 있다. 관리처에 전화를 걸어 시정을 요청했지만, 전화는 A직원이 B직원에게, 다시 B직원은 또 다른 C직원에게 넘겨졌다. 이렇게 5번을 하니 처음 전화를 걸었던 A직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때는 정말 이 교직원들의 정지하고 있는 관성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관성이 큰 물체를 움직이게 하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듯 이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나 또한 이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과장-처장-부총장실까지 가서 난리를 친 결과,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고 미루던 그 교직원 3명에 의해 겨우 실습실 안전시설이 고쳐질 수 있었다. 아마 그들의 관성이 좀 더 컸다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학생들의 인사사고가 발생한 뒤에 그 시설이 고쳐졌을 것이다. 그만큼 관성을 이겨내기란 과학분야 뿐만 아니라 행정분야에서도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관성이 큰 사람인가? 

  나는 군전역 후 아무리 공부를 해도 따라가기 벅찼다. 그 때 지도 교수님께서 교과서 외에 쉬운 3권의 책을 추천해주셨다. 남들 교과서 1권 볼 때 난 4권의 책으로 공부해야 했지만, 그때부터 서서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내가 좀 떨어지는 학생이라고 생각들 때 동역학(기계의 움직임을 공부하는 과목)이라는 전공과목에서 내가 관성이 큰 학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들고, 느리게 배우지만 까먹는데도 몇 배 느리게 까먹는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우리 후배들도 지금 하는 일에 성과가 잘 나오지 않고 진도가 더디다면 ‘관둬!’라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관성’이라는 긍정의 마음을 가져보자. 관성이 큰 사람은 시작은 더디지만 조금씩 움직이면 그다음은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무섭다. 마치 기관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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