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SNS에 블로그 글을 소개한 날이었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고 엄청난 긴장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렸었다. SNS에 올리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어떤 사람이 보기엔 저렇게까지 떨릴 일인가 싶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사정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고등학교 1학년,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수업시간, 첫 만남에서 자기소개겸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운 나쁘게도 걸렸다. 교탁으로 나가 솔직하게 발표했다. 한참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서울대에 가고 싶다! 라는 포부와 기타 나의 생각을 담은 글이었다.
 
  발표가 끝나고 난 이상한 아이가 되었다. 중학교 때와 다르게 친구 사귀기가 어려웠고 은근히 나를 피하는 게 느껴졌다. 나중에 친해진 친구들이 ‘발표 때 너 이상했어’ 라는 말로 그 발표가 기피의 원인임을 짐작했다. 그때 깊이 상처를 받아서일까 이후로 남에게 진지한 모습을 철저히 감추었다.
 
  꿈이 있지만 없는 척해야 했다. 삶에 대한 고찰, 생각들은 절대로 꺼내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을 보며 ‘평범한 여고생’을 흉내냈다. 진중한 말들은 장난으로 덮었다.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잘 놀고 장난 잘 치는 활발한’ 딱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대학은 고등학교와는 달랐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을 멋있어 하고 깊은 생각 글들을 써도 ‘오글거린다’ 라는 말보다 응원의 말을 많이 해준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는 내 블로그를 꼭 소개해야지! 라는 마음이 생겼다. 블로그에 여러 콘텐츠를 올리다보니 온전히 나의 것이라 생각했던 글A는 남들에게 보여줘도 될 것 같았다.
 
  많은 걱정과 작은 기대 속, SNS 에 글을 올렸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응원뿐만 아니라 ‘글 잘 쓴다, 보기 편하다’ 콘텐츠에 대한 직접적 칭찬이 너무나도 기뻤다. 친구라서가 아닌 필요에 의해 공유해 가는 친구들을 보며 잘 만든 것 같아서 뿌듯했다.
 
  결국, 처음으로 블로그 조회 수 200을 넘겼다.

  조회수가 높았던 것 보다 더 기쁜 것은 이제는 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도 되는 구나, 진지한 모습, 진중한 모습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구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라는 확신을 얻게 된 것이다. 기쁨과 응원으로 인한 따뜻함으로 속이 가득 차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견해의 차이로 젊은이들이 고통을 받는다. 그런 견해들은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들이다.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다른 나라는 아니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라는 다른 환경의 차이만으로 나는 받아들여질 수도 아니면 기피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온전히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환경 속에 사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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