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세상만사 <5>



착하게 사는 거 그거 어렵다. 허나 대한민국에서는 착하게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다. ‘발끈’ 하지만 않으면 된다. 말 바꾸는 언론 보기 싫고, 부자들 마음에 박힌 대못 뽑자고 종부세 줄이고 재산세를 늘리자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펴는 정부도 보기 싫고, 경찰 좀 그만 괴롭히라는 뉴라이트도 보기 싫지만 거기에 흥분해서는 안된다. 한 마디 따졌다가는 ‘물대포’ 맞고 ‘구속’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성폭행범도 징역 1년인데 내 애들 광우병 걸리는 거 못 보겠다고 유모차 끌고 나간 엄마들도 1년이란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이 나라는 그렇게 해야 ‘착한’ 사람이다.


별거 아니다. 아무리 열통 터지더라도 꾹꾹 참아 눌러주면 된다. 우리 어르신네들처럼 “나랏님 하시는 일에 우매한 국민들이 간섭해서야….”라고 여상하게 말 하자. 아니 우린 20대답게 ‘쿨’이다. 내 할 일이나 잘하면 된다. 명문대 나와서도 실업자들 수두룩하게 깔린 88만원 세대라는데 내 앞길 신경쓰려면 토익이며 연수에만도 벅차다. 뭘 파르르 해서는 난리야, 정부가 좀 하겠다고 이것저것 해보는데 믿어줘야 되는 거 아냐? 넌 처음부터 잘했어?

이런 시대에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자들은 여지없이 악역이다. 이 나라 잘못됐다 외치는 ‘반골’들에겐 처벌만이 답이다. 영화 보면 악역들 망하는게 ‘입’때문 아닌가. 주인공들은 막판까지 몰렸다가 악당이 저들을 어떻게 할 건지 주절주절 설명하는 동안에 마지막 카운터 펀치로 승리한다. 악역이 말을 걸어도 주인공은 대답하지 않는다.

소통 없는 시대에서 ‘뼛속까지 반골’인 악역들은 악역을 위한 나라를 꿈꾼다. 이 시대의 악역들을 위해 추천하는 만화가 갤러리 페이크다. fake, 가짜. 모조품이며 갖가지 사연이 있는 세상에 나올 수 없는 미술품들을 취급하는 이곳은 정통 화랑들로부터는 이단아 취급받지만, 주인공인 후지타는 천재적 미술품 큐레이터로서 ‘악역’다운 사랑스러움을 보여준다. 돈에 절절 매는 것 같지만 미술품의 미래를 위해 몇 억 짜리 작품을 포기하기도 하고,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사는 주제에 미술품 전시할 공간으로 성을 빌리는 모험을 벌이기도 한다.

갤러리 페이크 안의 세상에서 후지타는 묻는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만화 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 “왜 그래야 하지?” 후지타가 반항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다. 자신을 ‘이단’으로 몰아붙이지만 그들이 정해놓은 ‘규칙’은 과연 바람직한가? 더불어 ‘악당’의 직업이 큐레이터인만큼 함께 펼쳐지는 미술 작품의 향연도 눈길을 잡아끄는 요소인 만큼, ‘악당’ 말고 ‘미술이 좋은 사람’에게도 함께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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