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어서 가장 많이 한 성찰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었다. 가장 진부하면서도 어려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계속 답하다보면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소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번 이 질문에 대답하고자 하면 항상 '내용' 이 있었다. ‘나는 21살의 법적 성인이고, 대학생 여성이며, 취준생이다.’ 같은 내용 말이다. ‘나’ 라는 존재가 ‘누구’로 규정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결정된다. 사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동시에 타인을 이러한 방식으로, 즉 ‘어떠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발견하고자 한다. 그리고 집단주의 성향이 과도하게 강한 한국사회에서의 우리는 그 이유를 타인과 사회를 통해 찾는다. ‘나’에게서 이유를 찾기가 어려우니 비교하고자 하는 대상을 찾는 것이다. 비교할 대상을 찾으면, 그 대상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는데, 이 때 우리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에 집중하게 된다. 차이점을 찾으면 자신의 단점에 집중하게 되고, 이 단점을 숨기고자 페르소나를 형성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타인의 단점을 알게 되면 무시하거나 편견을 가지는 환경이 쉽게 조성되는데, 이 압박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더 멋진 사람, 완전한 사람, 누가 봐도 행복한 사람’을 찾아 헤맨다. 과연 이런 대답들이 진정한 ‘나’ 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 또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타인의 기준을 통해 보는 나는 어떤 일을 해도 당연하게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타산적인 태도를 많이 가진다고 보여진다. 타인의 눈을 통해서 평가받는 내 모습이 곧 나라고 생각했고, 이에 따른 외형적인 결과물이나 업적이 내 존재이유를 증명한다고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익숙한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홀로 지내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나와 전혀 다른 성질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남들에게 보였을 때 나답지 않다고 평가되는 요소들이 나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이 사고(思考)를 통해 나는 솔직한 ‘나’ 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내 자신을 타인과, 사회를 향해 정면 돌파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타인과 사회의 잣대에 옭아매지 않고, 내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태도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변화되었고,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내 상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다른 이들도 특정 프레임(frame)속에 갇히지 않는 나 자신만이 아는 ‘내’가 존재하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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