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분명 찜통 더위로 학교에 오는 게 힘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정반대로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추위에 맞서면서 학교에 온다. 이렇게 우리는 매 순간 무엇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년동안 우리는 특별히 이룬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시간은 야속하게 이리도 빨리 지나가고, 매순간 우리는 피곤하고 힘든 것일까? 

  나는 얼마 전에 ‘피로사회’라는 책을 접했다. 유명한 철학자 한병철이 쓴 책으로, 이 시대의 병적인 부분을 아주 잘 꼬집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너무 바쁘게, 좋은 것들은 무조건 많으면 된다는, 긍정의 과잉을 경험하기 때문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무 이유도 없고 끝이 없는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현대 시대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현상에 대해 깊은 철학적 탐구를 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 결과로 현대인들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실하고, 그저 현대사회가 각 개인에게 요구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매 순간 쉬지 않고 달려간다. 그렇기에,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행위를 중단하는 행위를 하는 용기를 바탕으로, 각자의 삶에 대해 사색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의 책장을 닫으면서, 잠시 작가가 강조했던 생각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대학생활이 비교적 널널하고 자유시간이 많은 새내기지만, 막상 돌이켜보니 스스로를 위한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게 살았던 것 같다. 과제를 하느라,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얼마 전에 끝난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만 살았지, 내 스스로를 위한 잠시의 멈춤을 즐기지 못했다. 대학생으로서, 공부와 인간관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둘 다 잡고 싶은 우리이기에, 이 두 토끼를 잠시라도 놓을 수가 없어서 우리는 매일매일을 스스로를 위한 사색적 탐구에 쓰지 않고, 더 좋은 결과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 스스로를 맹목적으로 바쁘게 채찍질하며 목적지 없이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그렇다면, 이제 매 순간 이렇게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를 위해서, 눈 질끈 감고 5분을 생각하고 사색하는데 투자해 보는 것은 어떨까? 거리 곳곳의 화려한 LED 스크린의 향연과 빠르게 우리를 계속 재촉하는 산더미 같은 할 일의 재촉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의 삶을 그저 잠깐만이라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를 병적으로 괴롭히는 무형의 압박에서 잠시 자유를 가지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끔은 잠시 여유롭게 쉬어 가면서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린 삶의 가치를 다시 되찾을 필요가 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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