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목) 본교 조만식기념관 1층 대자보 게시판에는 ‘레논월(LENNON WALL)’이 설치됐다. 이는 홍콩 시민들이 만든 홍보물을 번역하고, 한국에 알리기 위해 모인 한국 학생들이 제작한 벽보다. 레논월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응원 문구를 적어 게시할 수 있도록 제작됐으며, 설치 후 몇몇 중국인 유학생의 훼손이 이어졌다.

  레논월 설치자는 벽보를 훼손하고자 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압박과 언쟁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로 벽보에는 홍콩의 시위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다수 붙었다. ‘홍콩은 중국의 것이다’라는 요지의 여러 문구가 적히기도 했다. 일부 문구는 중국어로 쓰여 있어 의미를 알 수 없었으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문구로 미루어보아 이러한 게시물과 글은 레논월 설치와 홍콩 시위에 대한 생산적인 비판이기보다는 무조건적인 비난이라는 생각이 드는 광경이었다.

  대학생 어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에도 관련된 의견이 잇달아 게재됐다.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관철하는 게시글도 있었으나, 일부 한국 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 및 중국인을 ‘짱깨(주로 중국인을 비하해 칭하는 말)’라고 칭하며 무분별한 비난을 쏟아냈다. “가장 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라는 폭력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레넌월 설치자의 “게시글의 취지인 홍콩민주화 시위 지지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인종차별적 발언은 삼가달라”는 요청에도 혐오 표현은 지속됐다.

  지난 201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쉘 오바마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간다).’ 대학은 전통적으로 지성의 전당이라는 수식어를 지켜왔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보면, 캠퍼스에 품위와 지성은 사라진 채 저열함과 분노만 남은 것 같아 우려스럽다. 

  사회는 더 넓은 관점에서 더욱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자유와 인권 측면에서 더 발달한 사회, 국가와 인종 간 간격이 보다 좁아진 사회를 더 나은 사회라고 칭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비난과 분노는 사회를 퇴화시키고, 발전이 저해된 사회에서 누군가의 비난과 분노는 결국 자신에게도 돌아오기 마련이다. 지성의 전당에서 수학하고 있는 한국인 학생,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이라면 보다 품위 있고, 보다 생산적인 논의 방향을 고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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