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부터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던 AI 면접이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취업준비생들도 이에 대한 대비로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부터 일부 대기업이 공채 전형에서 AI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후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각각 50.9%와 49.1%로 백중세를 보였지만 응답자의 대다수가 AI 면접이나 AI 채용 방식이 확산될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 금년 들어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이 140곳이라는데 내년에는 그 수가 거의 두 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이제는 AI 면접은 채용과정의 일부가 되었다. 부정행위를 검증할 수 있다는 응답이 1위(22.6%)를 차지하였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며 지금도 여전히 문제인 채용비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차례로 꼽혔다. 이는 거꾸로 지금까지의 채용과정이 상당히 불투명했으며 주관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AI 면접 시스템이 갖는 한계점도 만만치 않으며 기계가 사람을 뽑는 방식 자체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보면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자질은 ‘창의성’이나 ‘융합’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AI는 빅데이터를 통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그 자료들을 학습하고 조합하여 정답을 찾는 데에 있기에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긴 하지만 학습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윤리라는 측면에서도 모든 상황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윤리적 잣대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또 데이터를 축적할 때 아무래도 기존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기에 남성위주의 데이터로 채워질 수 있어 인권위에서도 여성 차별을 우려할 만큼 성(性)편향성도 해결해야 한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소개서나 이력서의 표절 여부를 가리는 정도로 AI 사용방식을 변경했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들은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채용 심사 과정에 수개월을 투자하고 전문적인 면접관을 육성하여 전통적인 면대면 면접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효율성과 비용절감 등을 앞세워 정작 기업이 가장 필요하게 여기는 인재를 선발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한 비효율과 낭비가 없을 수 없다. 어떤 일이든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유행이나 첨단에 합류하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우리 사회가 갖는 압박감이나 조급증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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