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아나톨 칼레츠키(평론가) 저
『자본주의 4.0』아나톨 칼레츠키(평론가) 저

  저자는 “자본주의가 고정된 제도의 묶음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적응해온 사회체제”라면서, 역사를 보면 자본주의가 위기를 통해 재조정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1803년~1815년 유럽을 휩쓴 나폴레옹 전쟁, 1930년대의 대공황, 1970년대의 경제위기, 2007년~2009년의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자본주의 1.0은 대공황으로 막을 내리는 ‘자유방임 자본주의’다. 유럽 복지국가 전성기, 미국 루스벨트의 뉴딜시기가 자본주의 2.0이다. 자본주의 2.0의 특징인 ‘사회민주주의’와 ‘복지자본주의’는 1970년대의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위기에 처한다. 자본주의 3.0은 시장혁명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이다. 이는 2008년 가을, 미국의 금융위기로 끝나고, 이것이 자본주의 4.0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책에서 자본주의 4.0은 “유능하고 적극적인 정부가 있어야만 시장경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며, 정부의 역할은 커지더라도 정부의 크기는 줄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4.0은 이전과 달리 정부와 시장이 모두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 정치와 경제가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저자는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해 “이론경제학과 정치의 해로운 상호작용 때문에 비롯됐다”고 말한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이론적 가정은 정치 선전의 행태로 타락했고, 시장근본주의를 부추겨 위기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를 이해하는 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정치와 경제,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을 사회구조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점이 인상 깊었다.

  1970년대부터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 비즈니스와 금융의 문제를 다뤄왔다. 이 책은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의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단지 그 기간동안 벌어진 일을 상세하게 설명하거나 그 책임소재를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의 진화라는 역사적 관점에서 금융위기를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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