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아동 관련 산업인 국내 영유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4년 1천 2백억 원에서 2017년 2천억 원으로 성장했다. 또한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한국 패션시장 2016년 실적 및 2017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9% 성장한 1조 4천 124억 원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아동 관련 산업이 커지는 한편 관련 산업에서 아동의 성 상품화, 성 역할 고착화 등의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아동 모델, 성 상품화 논란 일어

  먼저 아동 모델의 성 상품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 6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업체 ‘배스킨라빈스’가 공개한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를 둘러싸고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일었다. 해당 광고에서 논란이 된 장면은 민소매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 아동 모델의 입술을 클로즈업해 강조한 장면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배스킨라빈스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시했고 이후 해당 광고는 삭제됐다.
 

아동 모델의 입술을 클로즈업해 성적 대상화 논란이 된 ‘배스킨라빈스’의 광고 장면.
아동 모델의 입술을 클로즈업해 성적 대상화 논란이 된 ‘배스킨라빈스’의 광고 장면.

  또한 지난 8월 아동 의류 브랜드 ‘MLB 키즈’는 화보에 진한 화장을 한 여성 아동 모델이 수영복과 망사 스타킹을 착용하고 몸매를 부각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사진을 실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후  MLB 키즈도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게시하며 논란이 된 콘텐츠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아동복을 광고하는데 신체의 특정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아직 어린 아동의 몸매를 강조하는 성 상품화가 성적 대상화로 이어지면 아동 성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아동 모델의 성 상품화에 대해 처벌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를 ‘성적 학대’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에게 진한 화장을 하게 하거나 어린 아동의 몸매를 강조해 연출하는 것에 대한 규제나 처벌은 없다. 공 대표는 “아동복지법에도 아동 성 상품화와 관련된 금지 행위가 없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강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은 매우 큰 처벌을 내릴 수 있는데 한국은 처벌 규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아동 모델 성 상품화 논란은 큰 논란거리다. 지난 2010년 프랑스에서는 패션잡지 ‘보그’에 진한 화장을 한 채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10세 모델의 화보가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폴 밀러 교수는 “어린이에게 어른의 이미지를 투영한 패션 산업은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에게 그릇된 미적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경우 아동 성 상품화 광고에 규제 권고를 내리는 광고심의위원회(이하 ASA)를 두고 △TV △라디오 △신문 등 모든 매체에 실리는 광고에 ASA 심의 규정을 적용한다. ASA는 광고주의 의도보다 광고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집중해 광고의 유해성을 판단한다. 또한 모델의 나이와 관계없이 교복을 입힌 모델을 성적 맥락에서 사용하는 광고 등에 금지 조치를 내렸다. 성적 암시를 줄 수 있는 모델의 표정이나 포즈가 담긴 광고에 대해서도 금지 조치를 해왔다.

  한국에서도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 속옷모델 관련하여 처벌규정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청원자는 “아동의 러닝셔츠를 홍보하는데 아동의 전신을 성 상품화한 사진들이 있다”며 아동 모델 촬영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약 4만 명의 동의를 받고 현재 종료된 상태다.

 

  아동 관련 산업이 만드는 아동 성 역할 고착화

  아동 관련 산업 중 아동용 화장품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363% 늘었다. 동시에 화장하는 아이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녹색소비자연대가 초·중·고 여학생 3천 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어린이 화장품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여학생의 42.7%가 색조 화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 중 ‘색조 화장을 주 1회 이상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5%로 절반 이상이었다. 
 

  최근에는 아동용 색조 화장품 판매처뿐만 아니라 마사지와 화장을 체험할 수 있는 키즈 뷰티 살롱이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 화장품 기업 ‘슈슈코스메틱’이 운영하는 ‘슈슈앤쎄씨’는 국내 최초 키즈 전용 뷰티 놀이터로 대표적인 키즈 뷰티 살롱 업체다. 슈슈앤쎄씨는 각종 아동 화장품 판매와 더불어 △마사지 △피부 관리 △화장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 내부는 분홍색으로 꾸며졌으며 매장에는 파티룸과 스파 공간, 제품을 판매하는 매대가 마련돼 있다.
 

국내 최초 키즈 전용 뷰티 놀이터 ‘슈슈앤쎄씨’ 내부
국내 최초 키즈 전용 뷰티 놀이터 ‘슈슈앤쎄씨’ 내부

  이러한 산업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성 역할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성에 대해 이상화된 이미지를 받아들인다면 성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이 재생산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숙명여대 뷰티 최고위 김수미 책임교수는 “어린이들이 색조 화장을 하고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을 문제 삼기보다, 오남용하지 않고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미디어 산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5월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 주최 열린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는 성 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토론회에서 언론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유튜브에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유아 콘텐츠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보람튜브 △토이리뷰 △서은이야기 △캐리TV 등 구독자 수 기준 상위 11곳의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 한 결과 다수 유튜브 채널은 돌봄 노동을 여아로 한정하는 놀이 영상물을 만들고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언론연대가 모니터링한 영상 중 남아를 중심으로 한 돌봄 노동 사례는 없었다. 일부 채널에서는 여아는 분홍색, 남아는 파란색 배경으로 성별을 구분했다. 이러한 유튜브 아동 콘텐츠에 대해 권 활동가는 “어린이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보수적이며 고정적인 성 역할에 사로잡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상임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제작 규정과 자율규제의 기준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동용 화장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
  규제 준수하지 않는 업체도

  아동용 화장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아동용 화장품이 성인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성분과 거의 차이가 없으며, 이로 인해 피부 장벽이 약한 아동들이 피부 트러블이나 알레르기 유발 등 부작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어린이용 매니큐어를 사용한 5세 어린이의 손톱이 깨지거나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녹색시민권리센터 양효열 국장은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은 피부 트러블이 우려된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독성 물질을 철저히 검사해 안전망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신여대 김주덕 교수는 “아동용 화장품 중 색조 화장품의 경우 어른들이 쓰는 것과 성분상의 차이가 거의 없다”며 “최근에 나온 색조 화장품들은 밀착력이 높아 깨끗이 지우지 않으면 색소침착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용 화장품 안전 강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2018년 화장품 유형에 ‘아동용 화장품’ 유형을 추가하고, 화장품 성분과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화장품 시행규칙 일부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은 △영유아용(만 3세 이하 아동용) △기초화장용 △색조 화장용 등 12개로 나뉜 화장품 유형에 만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용 제품류’를 추가하고 성분과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아동용 화장품 항목을 공식화함으로써 어린이의 화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반발로 인해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식약처는 “아동용 화장품 유형 추가 방침은 철회하지만, 관련 안전관리는 강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아동용 화장품이 화장품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일었다. 지난 2014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어린이 화장품 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용량 10mL를 초과하는 4개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2개 제품은 △전 성분 △내용물의 용량 △사용기한 △주의사항 등의 항목을 모두 표시하지 않았다. 이어 나머지 2개 제품은 △전 성분 △사용기한 등 일부 항목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은 화장품법 제10조에 따라 △전 성분 △사용기한 △주의사항 등의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완구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아동용 화장품이 대부분 이러한 규정을 따르고 있지 않다”며,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가 사용하는 만큼 표시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완구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아동용 화장품은 단속 대상에 해당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피부에 바르는 제품은 ‘화장품’으로 관리해야 하고, 외양이 화장품이더라도 피부에 바르는 제품이 아닌 것은 ‘완구’로 분류해 관리한다. 그러나 피부에 바르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완구로 분류해 판매하는 일부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이는 화장품 제조를 위해서는 ‘화장품 제조업’에 대한 제조판매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한 행위다. 이에 식약처 측은 “화장품을 완구로 위장해 판매하는 무등록업체를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식약처 김성진 전 화장품정책과장은 “공산품에는 생활용품 마크가, 화장품에는 화장품 마크가 표시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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