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 목소리 높아져

  지난달 28일(월)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플랫폼 노동자 중 최초로 배달대행업체 ‘요기요’의 배달 기사 5명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플랫폼 노동자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나 SNS 등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업무를 받아 일하는 사람으로 대표적으로 모빌리티 앱 ‘우버(Uber)’의 운전기사,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의 배달 기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요기요’의 배달 기사 5명은 개인사업자로 계약했지만, 사실상 관리와 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일했다며 근로자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지난 8월 초 노동부에 제기했다. 이로써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된 배달 기사들은 앞으로 근로기준법상 정해져 있는 근로자 보호 조치 대상자에 해당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유급휴가 △연장·휴일근로수당 △퇴직금 △근로시간 제한 △휴게시간 보장 △해고 제한 등이 보장된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플랫폼 노동자가 임금을 받는 근로자처럼 한 회사에 주로 소속돼 종일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 ‘한국의 플랫폼 노동과 사회보장’에 따르면, 전체 플랫폼 노동자 중 ‘일하는 방법, 노동시간·장소 등에 대해 회사의 지시와 규율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5%였다. 또한 74.2%가 지난 3개월 중 60일 이상 근무했다고 답했으며,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에서 9시간 미만 일한다고 답한 근로자는 54.3%로 절반을 웃돌았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한 회사에서 얻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는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지만,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업재해보험 가입이 필수지만,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법적으로 보험 가입이 규정된 바 없다. 2019년 7월 기준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재해보험 가입률은 퀵서비스 기사 67%, 대리기사 44.4%에 불과했다. 또한 근로자의 경우 사용자가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규정되고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보험료 절반은 노동자가 부담해야 했다.

  노동부의 이번 결정 이후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정흥준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자는 완전한 근로자나 개인사업자로 보기는 어렵다”며 “‘준 근로자’로 분류하는 외국 사례처럼 따로 분류해 꼭 필요한 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최근 보험제도를 확대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 덴마크는 2년 전 근로 형태와 관계없이 소득 활동을 기준으로 실업보험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해 개인사업자를 실업보험체계에 포함했다. 이에 장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보험과 같은 근로자 중심의 사회보험을 전체 취업자 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화) 서울특별시는 전국 배달 오토바이 운전기사의 연합인 ‘라이더유니온’을 합법 노동조합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라이더유니온’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노동부의 결정이 고용 경직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사회적 흐름이 규제를 풀자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사법 판단 기구도 아닌 정부가 나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라며 “다양한 고용 형태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균형이 필요한 만큼 정부 차원의 보호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박정환 정책국장은 “이번 결과가 주는 신호는 더 좋은 노동조건을 걸어 개인에게 선택권을 주거나, 아니면 직접 고용 또는 근로자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이 시장의 질서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장도급 등으로 보기보다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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