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혼자 사는 여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신림동 원룸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남성 조 씨가 술에 취한 여성의 뒤를 쫓아 여성이 사는 원룸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문고리를 돌리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며 수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뻔한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 혐오’ 문제와 맞물리며 여론은 폭발적으로 들끓었다. 국민 대다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서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조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고작 1년에 불과했다. 검찰은 주거침입죄와 강간미수죄로 기소했지만 정작 강간미수죄는 인정받지 못했다. 대중들은 사회적 이슈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판사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 판결이 정말 사회적 이슈를 고려하지 않은 어리석은 판결일까.

  법조계에선 조 씨에게 강간미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강간미수가 적용되려면 직접적인 강간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조 씨의 범죄 의도에 대한 물증이 없어 심증만으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조 씨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범죄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확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살인, 강간 등 범죄마다 형량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범죄를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검찰이 강간미수 혐의를 기소한 것부터 여론의 눈치를 본 무리한 기소였다는 시각과 피해자가 조 씨에게 합의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법조계가 조 씨에게 적은 형량이 선고될 것을 예측하는 데에 한몫했다. 헌법상 주거침입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대다수의 주거침입 범죄에 대한 선고가 벌금형으로 끝나기 때문에 조 씨도 초범인 만큼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선고된 형량이 실형 1년인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을 맡은 김 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 피해자가 사건 당일 느꼈을 불안과 두려움을 꽤 긴 시간을 들여 끝없이 강조하며 고심한 흔적을 내비쳤다. 판결 이후 현재까지 조 씨에게 강간미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그에게 선고된 1년이라는 형량은 판사가 사회적 이슈와 분위기들을 고려했다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해 고심했다는 최소한의 흔적이 아닐까. 이 글은 절대 범죄자를 옹호하려는 것도, 1년이라는 형량이 적절하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남의 일이니 방관하자는 것 또한 아니다. 판사에 대한 비판보다 판사가 그렇게밖에 판결을 내리지 못한 근본적 이유인 법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한 비판들은 너무 가혹한 처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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