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면 어디든 서로 간에 의견이 맞지 않아 말도 많고 탈도 많기 마련이다. 우리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교내 곳곳에 붙은 대자보를 보면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갖가지 생각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는 누구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라 할 수 있다. 의견의 다양성이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필요하다면 토의나 토론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이지 내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고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다툼만 있고 서로 간에 상처만 줄 뿐이다. 말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칼로 찔린 상처보다 훨씬 더 아플 뿐 아니라 좀처럼 치유되지 않기에 더 문제다. 인터넷 상의 댓글로 인해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 역시 말을 가려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소리를 하면 상것이 된다는 말이 있듯 말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낸다. 의견이 다르다고, 기분이 나쁘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말하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덜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어린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살피면 그 집안의 가정교육이 어떤지 알 수 있듯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나 교양, 그리고 성장환경까지 가늠할 수 있다. 말의 품격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게 했더니 왕따 현상이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높아졌다는 실험 결과가 있듯 말의 품위가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 모두 품위 있는 말을 쓴다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도 그만큼 품위 있고 올곧은 기풍이 자리할 것이다.

  학생들이 붙인 한 대자보에도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야 한다고 썼다. 말은 한 번 뱉으면 다시 담지 못하고 또 잘 알아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을 했다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니 그만큼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품위 있는 말은 저절로 권위가 생기게 한다. 윗사람의 말이 품위가 없으면 아랫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기 마련이지만, 아무리 가난하고 없어 보여도 말에 품위가 있으면 달리 보이는 이유도 말의 품격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위가 높다고 또는 돈이 많다고 저절로 권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언행을 보일 때 권위 역시 저절로 따라온다. 지위가 높다고, 나이가 많다고, 돈이 많다고, 많이 배웠다고 말을 함부로 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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