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잇달아 훼손돼
대학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잇달아 훼손돼
  • 김이슬 기자
  • 승인 2019.11.25 03:09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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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은 본부 차원에서 강제 철거 하기도

  대학가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훼손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이 대자보와 무관한 내용을 작성하거나 대자보를 찢어 철거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 간 갈등이 일기도 했다. 일부 대학은 본부 차원에서 갈등 발생을 우려해 대자보를 강제 철거하기도 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각 대학에서는 홍콩 시위 지지 성명을 내고, 홍콩 시위대에 연대를 표현하는 대자보를 설치했다. 특히 많은 대학에서 홍콩 민주화의 상징인 ‘레논월(LENNON WALL)’을 설치했다. 이는 홍콩 시민들이 만든 홍보물을 번역하고 알리기 위해 한국 학생들이 모인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 모임(이하 학생 모임)’에서 제작한 벽보다. 레논월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응원 문구를 적어 게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후 본교를 포함한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에서 몇몇 중국인 유학생 또는 홍콩 지지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대자보를 훼손하거나 강제 철거했다. 대자보가 잇달아 훼손되자 학생들은 훼손자를 찾기 위해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으며, 이는 실제 경찰 수사로도 이어졌다. 서울대에서는 학생 모임이 중앙도서관 벽면에 설치한 레논월이 지난 18일(월) 훼손된 채로 발견됐다. 이에 지난 20일(수) 서울대 학생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를 요청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2일(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무단 철거된 일에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본교 역시 교내 게시판에 설치된 홍콩 시위 지지와 관련된 대자보가 훼손되고 강제 철거됐다. 지난 14일(목) 조만식기념관 1층 대자보 게시판에 설치된 레논월에는 ‘홍콩은 중국의 것이다!’, ‘중국이 최고다’와 같은 문구가 적힌 메모가 부착됐다. 또한 몇몇 중국인 유학생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메모지를 훼손하고, 레논월 설치자인 재학생 A 씨가 이를 저지하자 언쟁이 발생하기도 했다(본지 1241호 ‘홍콩 시위 지지 ‘레논월’ 설치 하루 만에 훼손돼’ 기사 참조). 이에 제59대 총학생회 우제원(기독교·14) 총학생회장은 “모든 의견은 진지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존중받아야 하고 그 어떤 사람도 상대방의 의견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폭력으로 응답할 권리는 없다”며 “개인의 의견 피력에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행동 여부에 대해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홍콩 시위 지지를 두고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 간 갈등이 이어지자 학교 본부가 대자보 철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9일(화) 한국외대에서는 캠퍼스 내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가 모두 철거됐다. 한국외대 본부 측은 대자보 부착에 대한 안내문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개개인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학교는 우선적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키고 면학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며 “불미스러운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외부단체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외대 총학생회 이선범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일은 학교가 총학생회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학생들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학교 측에 총학생회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본교의 경우 지난 18일(월) 조만식기념관 1층 게시판 앞에서 레논월을 설치한 재학생 A 씨가 주최한 홍콩 시위 지지 집회가 열렸다. 재학생 A 씨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글을 게재해 지난 14일(목)에 훼손된 레논월을 복원하고, 홍콩 시위 지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자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집회 당일 참석한 학생들은 총 6명으로 모두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검은색 복장과 마스크를 착용했다.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레논월이 철거된 대자보 게시판 빈 공간에 홍콩을 지지하는 문구를 적은 메모지를 부착했다. 이에 재학생 A 씨는 “기습적으로 집회를 열어 공지가 미흡해 소수의 학생만 모인 것이 아쉬웠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집회 계획이 불투명하나 홍콩 시위에 대해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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